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가 설치됐다. 조문객들이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조윤찬 기자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가 설치됐다. 조문객들이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조윤찬 기자

시사위크|서울광장=조윤찬 기자  이태원 참사 사망자를 기리기 위한 분향소가 곳곳에 마련돼 수많은 시민들이 방문하고 있다. 주요 정치인과 기관장의 조문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인들은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말을 전했다.

◇ 서울광장 분향소, 시민·정치인 ‘이태원 참사 추모’ 발길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지역에선 할로윈 축제를 즐기던 사람들이 인파에 휩쓸려 사망하는 압사 사건이 발생했다. 좁은 골목에 인파가 집중된 나머지 발생한 참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일 오전 11시 기준 사망자 156명, 부상자 151명으로 총 사상자는 307명이라고 발표했다. 희생자들은 주요 병원으로 이송돼 장례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찾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도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가 마련됐다. 빈소 앞에는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및 교육청 등 명의의 조기가 세워져 있었다. 한 빈소 앞에는 2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의 긴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이 장례식장은 현재 지인만 조문할 수 있게 관리하고 있다. 유가족들의 안정을 위한 조치다.

지난달 3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광장의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조문한 후 취재진과 인터뷰했다./조윤찬 기자
지난달 3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광장의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조문한 후 취재진과 인터뷰했다./조윤찬 기자

장례식장을 잠시 둘러본 후 서울광장으로 이동했다. 서울광장에는 시민들이 이번 참사를 추모할 수 있도록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가 설치됐다.

서울광장에는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 광장에는 한 시민이 바닥에 앉아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싱하이밍 한국주재 중국대사가 연이어 조문 후 기자들과 인터뷰했다.

오후 3시 20분경 서울광장 분향소에 방문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유가족들이)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끼실 것 같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지 상상도 잘 안 간다”라면서 “공직자로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후 3시 30분경에 조문한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은 취재진과 만나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고 미안하다. 새벽에 누구누구 안전하냐라는 카톡들이 밤새 울리는 걸 보면서 참 마음 아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언급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은 어려운 시간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은 차츰 언론인 여러분과 국민들이 규명해 나가지 않을까 싶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민들이 믿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0월 31일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이 서울광장의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조문한 후 취재진과 인터뷰했다./조윤찬 기자
10월 31일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이 서울광장의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조문한 후 취재진과 인터뷰했다. / 조윤찬 기자

오후 3시 45분께 조문한 싱하이밍 한국주재 중국대사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마음이) 아주 아프다. 주한 중국 대사로서 모든 한국 국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 삼가 올린다. 생명을 잃은 젊은이 중에 중국 사람 4명이 있다. 한국 젊은이, 중국 젊은이 그리고 모든 나라 국민들의 명복을 빌면서 이번 사고가 다시는 없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날 정부 관계자들은 서울광장뿐만 아니라 이태원역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옆에는 사망자들을 기리기 위해 시민들이 모여 추모 공간을 만들었다. 오후 5시경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곳을 방문했다. 한 총리는 1번 출구 옆에 놓인 꽃들을 응시하다가 사고 현장으로 신속히 자리를 떠났다. 

이날 많은 취재진들이 모여 있었다. 한 총리가 현장에 나타나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한 총리는 답변 없이 취재진을 지나쳐 참사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한 취재기자가 강하게 항의 목소리를 내면서 소란스런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소방당국 발표에 따르면 사망자 중에는 외국인도 다수 포함됐다. 이에 이날 여러 외신들 또한 취재를 위해 현장으로 모였다. 중국, 일본, 미국 기자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31일 싱하이밍 한국주재 중국대사가 서울광장의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조문한 후 취재진과 인터뷰했다./조윤찬 기자
지난달 31일 싱하이밍 한국주재 중국대사가 서울광장의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조문한 후 취재진과 인터뷰했다./조윤찬 기자

◇ 시민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 성토… 자극적 보도에 따끔한 지적 

이날 서울광장 합동 분향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씨(58·남)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다”라고 운을 띄우고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아무리 주최 측이 없다고 하더라도 더 경찰들이 나와서 질서를 유지해줬다면 이런 사고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다. 하나님을 믿는 저로서는 하나님께서 이들 모두를 보살펴서 평화의 안식을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대책에 대해 이 정도 했으면 충분했다는 행안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나름대로 분노도 일었고 정말 평안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라고 밝혔다.

B씨(22·여)는 “당황스러운 감정이 든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드는데 최대한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최대한 추모하고 기도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자극적인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따끔한 지적도 나왔다. B씨는 “정보를 알려면 뉴스를 계속 봐야 한다. 뉴스에서 사건 장면을 재연하고 영상이나 사진들을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걸 보고 트라우마를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굳이 반복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31일 오후 5시경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한 총리는 시민들이 놓아둔 꽃들을 바라보다가 사고 현장으로 이동했다./조윤찬 기자
31일 오후 5시경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한 총리는 시민들이 놓아둔 꽃들을 바라보다가 사고 현장으로 이동했다./조윤찬 기자

C씨(34·여)는 “분명 작년에도 똑같은 행사를 했던 걸로 알고 있다. 어린 친구들이 많이 희생 되고 해서 마음 아파 기리고자 왔다”고 조문 이유를 설명했다. 사건 보도할 때 조심했으면 하는 것이 있냐고 묻자 “모자이크를 했음에도 자극적인 장면이 계속 나오고, 참석자들의 잘못이라는 점 쪽으로 취재가 되는 것 같다. 분명 (인파에 대한) 통제가 없었던 것이 크다. 이에 대해 어른들이 더 부각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60대 후반 남성 D씨는 “(피해자들이) 다음 세상엔 더 좋은 데 이런 일이 없는 데서 태어났으면 좋겠다. 이번 기회로 달라질 것으로 본다. 정부가 사고를 내려고 한 건 아닌 것 같다”면서, 언론 보도에 대해 “방송마다 똑같은 애기를 한다. 전문가도 하는 말이 미끄러져서 됐다는 말을 하는데 이런 말은 사람이 다 알 수 있는 거다. 국과수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고 언론들은 좀더 팩트체크를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철저한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E씨(65·남)는 “내 아들이 10월 15일에 제대를 했다. 막내가 금요일에 이태원을 다녀왔다고 해서 이게 남 일 같지 않다. 아들·딸들이 하늘나라 가서도 잘 살아달라고 기도했다. 우리 정부도 안전 대비책을 강구해줬으면 좋겠다. 후진국가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태다. 안전한 나라 만드는 데 온 국민이 힘을 합치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달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일주일을 국가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마련된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는 국가애도 기간인 11월 5일까지 6일간 운영된다.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이며, 운영시간이 아니어도 조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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