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당 지도부가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애도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당 지도부가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애도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여야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쟁을 멈추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지금은 사고를 수습하는 것과 유가족을 위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선(先) 수습’을 외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정쟁의 불씨는 남아있는 모습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실언을 두고 야당이 날을 세우는 데다, 진상규명 과정에서 정부의 책임을 따져 물을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31일 여야는 이번 이태원 압사 사고와 관련해 사고 수습에 힘을 모았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사태 수습에 적극 협력하면서 당에서 해야 할 모든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희생자 유가족분들의 위로, 사건 수습에 만전을 기할 때”라며 “당연히 사후조치 뒤따라야겠지만 현재로선 수습과 위로에 총력을 다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여야는 서로에 대한 비방전도 중단한 상태다. 아울러 ‘초당적 협력’이라는 기조 아래 사태 수습에 적극적인 협조도 약속했다. 내달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행정안전부, 경찰청, 소방청 등으로부터 참사 경위와 대책 보고를 받는 것은 물론, 민주당은 정부 측 요청에 대해 국회 차원의 각종 협조를 공언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의 각종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 등으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던 여야가 참사 수습을 위해 잠시 ‘휴전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지만 마냥 안심할 분위기는 아니다. 민주당 내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여당의 사전 조치가 미흡했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일방통행 조치만 있었어도, 안전요원을 배치만 했어도, 인파의 흐름을 모니터링만 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며 “막을 수 있었던 일을 막지 못한 대형참사”라고 꼬집었다.

◇ 진상 규명 벼르는 민주당… ′정부 책임론′ 꿈틀

민주당은 무엇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이번 사고의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막을 수 있었던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도 많다”며 “사전 예방조치나 현장 안전관리, 사고 초동대처 등에 미흡함은 없었는지 꼼꼼히 살펴서 국민적 의구심과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도 “지금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이번 참사는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있었던 인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공언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이번 사태의 책임과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이 나온 것도 야권에게 빌미를 제공한 모습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긴급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나는 책임이 없다’, ‘할 만큼 했다’ 이런 태도를 보여서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 아니다”라며 이 장관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불안한 쪽은 여권이다. 사실상 이번 사태가 ‘정부 책임론’으로 비화할 경우 이로 인한 민심 이반 역시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번 사고를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와 비교하는 것 역시 여권의 불안을 높이는 지점이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고작 8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정부를 겨눴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은 불씨 확산 차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며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정부의 사고 수습, 원인 규명과 지원책 마련을 차분히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이 장관의 ‘발언 논란’ 진화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 장관의 발언이 적절치 않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언행은 조심해야 된다”고 말했고, 김종혁 국민의힘 비대위원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국민들이 들으시기에 적절한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현재 경찰에게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이를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해한다”며 이 장관의 발언이 ′현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김종혁 국민의힘 비대위원
2022.10.31 YTN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2022.10.31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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