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설치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2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를 압수수색 중인 경찰 모습./뉴시스
이태원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설치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2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를 압수수색 중인 경찰 모습./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112신고 녹취록’을 공개한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경찰당국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또한 경찰청이 시민사회 동향 등을 파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경질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 1일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내역’을 공개하고 대규모 참사가 있기 4시간 전부터 참사 가능성을 경고하는 신고가 있었고, 2시간 전에는 넘어져 다친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해당 신고 내역을 자진 공개하면서 경찰은 “뼈를 깎는 각오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며 면밀한 조사를 약속했다. 신고내역 공개와 함께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일제히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태원 참사 발생 원인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청은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이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발령 조치했다.

◇ 야권, 경찰청장 경질과 대통령 사과 요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국민들은 묻는다. 왜 이러한 참사를 겪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때 이 엄중한 시기에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지를 묻고 계신다”며 “정치는 국민의 삶 특히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현재 정부의 고위 책임자들의 태도가 도저히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경찰은 어제 11건의 112 신고 녹취록을 공개했지만, 참사 당일 저녁 6시부터 4시간 동안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에 접수된 신고는 총 79건이나 되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119 신고만도 100건이었다”며 “당시 이태원 근처뿐 아니라 도심 집회에 대응하기 위해 배치되어 있던 경찰 기동대 인력도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의 살려달라는 SOS를 모르는 체한 것도 모자라 뒤로는 사찰까지 나섰다”며 “국민 안위보다 정권책임론 회피에만 몰두한 것이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참사 직후 대통령, 총리와 장관, 시장과 구청장, 경찰청장과 서장 그 누구 하나 ‘국가가 책임지지 못했다. 엎드려 사죄한다’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또한 같은 날 긴급 대표단 회의에서 “112 신고 녹취록으로 이번 참사가 정부의 무능과 부실 대응이 부른 명백한 인재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라. 이들은 대책 마련 주체도, 참사의 수사 주체도 아니다. 이번 참사의 책임자이고 수사 받아야 할 대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할 국가의 최고 수장으로서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은 원인 규명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 철두철미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할 것과 대국민 사과를 강력히 촉구한다. 그 무엇도 밝힐 수 없는 정치적 침묵은 애도가 아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가장 확실한 애도”라고 말했다.

2일 오후 이태원 사고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광장에서 한 추모객이 분향을 마치고 눈물을 닦고 있다./뉴시스
2일 오후 이태원 사고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광장에서 한 추모객이 분향을 마치고 눈물을 닦고 있다./뉴시스

◇ 여권도 “변명 여지없다”

국민의힘에서도 신고내역과 시민사회 동향 파악 문건의 책임을 경찰에 돌렸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네 번이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현장 판단이 왜 잘못됐는지, 기동대와 현장 병력 충원 등 충분한 조치가 왜 안 취해졌는지 밝히고 온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책임자 문책은 사고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거기에 근거해 진행해야 한다. 우리는 책임을 어디에도 미루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정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태원사고조사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또한 경찰의 대처를 질타하며 “애도 기간이 끝나면 철저한 원인조사와 상응하는 책임추궁, 그리고 그에 따른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매우 부적절했다. 이 장관이 너무 법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보인다. 어제 뒤늦게나마 사과한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이 장관의 거취에 대해서는 “누가 그만둬야 한다, 장관이 그만둬야 된다. 이런 말씀은 (원인 규명 등이) 정리된 다음에 우리가 이야기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의 SNS를 통해 “윤 청장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 112 신고 녹취록을 보면 조금도 변명할 여지가 없고, 본인 스스로 미흡했다고 인정했다”며 “더 충격적인 사실은 '정책 참고자료'로 위장된 정치 문건을 만든 사실이다. 보도를 보면 일부 시민단체가 내부 회의를 통해 대응계획을 논의 중이라는 사실까지 적었는데, 사실상 사찰로 볼 수도 있는 일”이라고 경찰의 문건을 지적했다.

안 의원은 “윤 청장을 즉시 경질하고 사고 수습 후 이상민 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며 “즉시 경질하지 않으면 공직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자신들 본연의 임무보다 정치적 대응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데, 있을 수 없는 국가의 불행”이라고 밝혔다.

권은희 의원 또한 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있을 수 없는 자료”라며 “순전히 사후적인 대응의 면피, 책임 회피를 위한 정보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자료다. 정말 참담한 상황”이라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조속한 사퇴를 촉구했다.

◇ 경찰 꼬리자르기 우려

하지만 경찰 책임론이 부각되는 만큼 ‘꼬리자르기’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않다. 특히 윤 경찰청장이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지만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일선에 책임을 돌린 다음 날 용산경찰서장이 바뀌자 꼬리자르기를 경계하는 시선은 더욱 늘어났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인의 SNS를 통해 “꼬리자르기 시도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당과 언론, 시민사회가 모두 진상을 밝혀내고 책임자들에게 그에 맡는 책임을 반드시 물릴 것이다. 그래야 안전사회를 만들기의 시작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는 경찰청 소속으로 표기된 한 글쓴이가 ‘이태원 파출소 직원’이라고 본인을 소개하며 “일이 터졌으니, 112 신고가 있었으니 책임은 일선 경찰관이 져야 하는 것이냐. 아무 대비책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던 서울시장과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및 윗선 본인들 스스로 먼저 감찰을 받길 바란다”는 호소글도 올라왔다.

근거자료 및 출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2022..11.02 페이스북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2022.11.02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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