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노력에도 일각선 정부 책임 최소화 ‘빈축’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국화꽃을 집어 들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이태원에서 15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참사가 일어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사고 수습을 진두지휘했다. 그만큼 사안이 엄증하다는 것을 인식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사고 이틀 후인 31일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고, 이어 관계 부처에 핼러윈 축제 같은 주최자 없는 행사에서의 안전 관리 시스템 마련과 유가족 및 부상자 지원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부는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 대통령 및 참모들 철야 근무… 박근혜 ‘반면교사’ 

윤 대통령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 29일 밤부터 31일까지 사고 수습을 직접 지휘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9일 밤 11시 30분쯤 “모든 관계 기관은 신속한 구급 및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사고 당일부터 새벽까지 밤새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30일 오전에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고, 이태원 참사 현장으로 이동한 윤 대통령은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 설치된 사고수습본부에서 회의를 주재했다. 31일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서울시청광장에 마련된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 장관을 참여시켜 확대 주례회동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논의에 앞서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시 한번 ‘책임’을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사고 당일 이후 참모들까지 거의 철야 근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수석실 및 비서관실 별로 상황에 맞춰 비상체제로 운영 중이라고 한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전날(30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본건 사고의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다”고 밝혔다. 현재 2023년도 예산안과 ‘레고랜드 사태’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해 있으나 사고 수습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확대 주례회동에서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파사고 예방 안전 관리시스템을 마련을 지시했다. 지자체가 주최하지 않은 행사도 지자체의 판단으로 차량이나 인원 통제를 경찰에 협조 요청할 수 있고, 경찰 역시 안전사고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면 지자체에 통보하고 긴급 통제 조치를 실시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사고 수습과 후속 대책을 신속히 마련한 것은 ‘정부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정부의 미흡한 대응과 수습 대책으로 대통령 및 집권여당이 질타를 받았던 바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고 당시 대면 보고를 받지 않은 것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사고 당일 바로 지시를 내린 것, 용산 대통령실 청사나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한 것 등 세세한 동선을 모두 공개한 것 모두 당시 상황과 대비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대응을 반면교사로 삼은 셈이다. 특히 윤 대통령 부부가 분향소 공식 운영 전 제일 먼저 조문을 한 것 역시 박 전 대통령의 행보와는 다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참배를 마친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참배를 마친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 대통령 노력에도 일각선 정부 책임 최소화 모양새

이런 노력에 불구하고 일각에서 정부 책임론이 제기된다. 사고 이후 주요 외신에서는 “당국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인파를 통제할 경찰이 충분하지 않았다”, “올해는 예전과 달리 군중 통제가 없었다”고 보도했다.  

또 용산구는 핼러윈 인파를 대비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용산구는 부구청장 주재로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 관련 보도자료에 따르면 방역·불법 주정차 단속·소음 점검·청소 대책·시설물 안전점검에 대한 내용은 있으나 몰려드는 인파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정부는 이같은 지적에 유감표명 없이 ‘책임 최소화’에 힘을 쓰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 윤 대통령의 수습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발언해 질타를 받았다. 게다가 이날 해당 발언에 대해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해명해 더욱 논란을 빚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 장관을 엄호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현재 경찰에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이태원 사고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들을 통제할 법·제도적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력이 배치됐더라도 사고를 막기 힘들었다는 이 장관의 발언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파티 당시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일방통행을 지휘했다는 증언이 나오는데 과거 경찰이 초법적인 행동을 한 것인가’는 물음에 “과거에 일방통행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방역 통제를 했고, 통행로에서 QR코드를 인증한 것인데 일방통행으로 보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가 언급한 것은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이나 2021년 핼러윈 당시 이태원의 상황일 뿐이다. 온라인에는 2017년 핼로윈 당시 이태원에 경찰이 다수 배치됐다는 증언이 다수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코로나19 이전 이태원 통제에 대해서는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정부는 꾸준히 ‘주최자 없는 행사는 통제가 어렵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주최자 없는 행사임에도 핼로윈 마다 이태원엔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이번 참사와 같은 사고가 없었다. 정부의 이같은 메시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한 책임’지겠다는 대통령의 발언과는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거자료 및 출처
용산구청 : ‘핼러윈데이’안전이 최우선
2022.10.28 용산구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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