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당 지도부는 이러한 분위기에 선을 그으며 오히려 용산경찰서의 책임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뉴시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당 지도부는 이러한 분위기에 선을 그으며 오히려 용산경찰서의 책임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태원 참사’와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112 녹취록’ 공개로 이번 참사에 경찰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데다, 사고 당일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야권에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 장관과 윤 청장의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고, 국민의힘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론’이 확산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더 큰 논란으로 번지기 전에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새어 나오고 있다.

3일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장관과 윤 청장의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정조사나 경찰 수사와 무관하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책임은 이미 분명해진 만큼 이들을 즉각 파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재난안전 총괄부처의 수장인 이 장관과 사건의 직접 책임이 있는 윤 청장을 파면하라”고 강조했다.

그간 국민의힘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경질 요구에 요지부동 자세를 취해왔다. 야권을 중심으로 피어나는 ‘정부 책임론’에 대해선 ‘정쟁용’이라는 시선을 보내는가 하면, 정부의 부정적 여론을 우려한 듯 ‘가짜뉴스’에 대한 엄정 대응을 꺼내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사고 직전 수차례 신고가 접수된 ‘112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기류는 확연히 달라졌다. 더욱이 사고 당일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후 11시 1분 첫 보고를 받았지만, 이 장관은 오후 11시 20분이 돼서야 상황을 접했다. 사고에 대한 지휘‧관리 책임이 있는 주무 부처 장관에 대한 ‘책임론’을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 당내 ‘경질’ 목소리에도 지켜보자는 지도부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장관과 윤 청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새어 나온다. 가장 먼저 유승민 전 의원이 이 장관에 대한 파면을 요구한 데 이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힘을 보탰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조금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며 “윤 청장은 즉시 경질하고 사고 수습 후 이 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책임지실 분들은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이번 사태와 관련, 국정 전반에 책임론이 확산되는 데 대한 부담이 역력하다. 여권은 그간 ‘주최 측이 없는 행사’라는 점을 들어 ‘사전에 막기 쉽지 않았다’는 점을 방어 논리로 내세워 왔지만, 신고 내역 공개로 이러한 주장이 무의미해졌다. ‘책임’보다는 ‘대책 마련’에 방점을 찍으며 민심 관리에 나섰지만, 직면한 상황은 민심 이반에 속도만 붙이는 꼴이 됐다. 

당내에선 지금이라도 빠르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역력하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본인들의 거취에 대해 판단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데 문제는 빨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진행된 강연을 마친 뒤 “대통령의 결단이 하루하루 늦어질수록 민심과 멀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 지도부는 일단은 좀 더 지켜보자는 의중이 강한 분위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우선은 사태 수습과 애도가 먼저고 그 다음에 문책범위를 정하는 건 수사 결과를 토대로 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관계가 파악되고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진 시간을 가지고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도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일선 경찰서’에 전가하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이태원 지역 관할서인 용산경찰서 이임재 전 서장을 직접 겨냥하면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한일연맹 총회 전 기자들과 만나 “사고의 첫 번째 원인은 용산서에 큰 구멍이 뚤렸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도 총회 후 기자들을 만나 “우선 책임서인 용산서장이 즉시 질책되지 않은 게 의문”이라며 “용산서장은 그 시간에 뭐하고 있었는지 어떤 보고를 받고 조치를 했는지 법적 책임 있는 사람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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