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코라시아포럼(THE KOR-ASIA FORUM) 2022'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코라시아포럼(THE KOR-ASIA FORUM) 2022'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론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반발이 일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둘러싼 찬반 논란에 이어 금투세 유예론까지 나오자 새로운 지도부 아래 결집했던 민주당의 결속력에 금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금손실가능성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에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 ‘금융투자소득’이다. 금투세는 국내주식에서 연간 5,000만원, 해외주식은 250만원 이상의 수익금을 낸 투자자에게 과세표준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25%의 2단계 세율로 원천징수된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현행 비과세였던 채권 양도소득, 지분증권의 양도소득, 주식형 ETF 양도소득 등이 금융투자소득으로 과세된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논리에 따르면 과세를 막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세계적 추세가 증권거래세는 없애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도 금융세제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내년도 세제개편안에서 금투세 시행시기를 2년 유예한 2025년으로 잡았다. 경제위기 속에 이미 하락한 주식시장이 금투세의 도입으로 폭락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금을 낼 가능성이 낮은 개미투자자들도 고액투자자들이 세금폭탄을 피해 증시에서 빠져나가 시장에 혼돈이 일어날 것을 걱정해 금투세 도입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금융투자협회는 17일 주요 증권사 관계자들과 ‘금투세가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2년의 유예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윤수 금융자본위시장정책관은 이 자리에서 “국회에서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는 (정부)법안을 통과시켜 준다면 유예기간 동안 일반투자자 보호 강화, 글로벌 투자자금 유입 확대 등 우리 증시의 매력도를 높이는 제도적 조치들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도 같은 날 한 카페에서 ‘개미 심폐소생 긴급 좌담회’를 개최하고 “내년 1월 금투세 시행을 감안하면 지금이 금투세 유예를 결정할 골든 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성환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성환

◇ '예정대로' 민주당, 이재명 한마디에 ‘흔들’

지금까지 민주당은 금투세를 ‘부자감세’로 보고 추진에 확신을 보여왔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금투세 제도는 2년여 전에 여야 합의로, 심지어 추경호 부총리가 당시 합의해서 시행하기로 돼 있던 제도였다. 이미 법은 만들어져있고 시행만 앞둔 제도인데 근본적인 틀을 흔드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 제도는 예정대로, 합의한 대로 시행한다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실은 금융투자협회에서 받은 자료를 공개하고 국내 주요 5개 증권사에서 최근 3년간(2019∼2021년) 주식으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낸 투자자 비중은 0.9%에 불과하다며 “금투세가 도입되어도 과세 대상은 상위 1%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이재명 대표는 돌연 금투세 유예론을 꺼냈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고 언급했고, 민주당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금투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금융시장 불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정책위의장은 다음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비공개회의를 열고 금투세 관련 의견수렴에 나섰다. 이어 정책의원총회에서는 금투세 논의가 없었지만, 여러 의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정무위·기재위 등 관련 상임위에서 전문성 있는 의견을 수렴해 빠르게 당의 입장을 확고하게 정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이 같은 유예론을 언급한 데는 개미투자자들 사이에 부정적인 여론이 퍼지면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 내에서는 곧장 반발의견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15일 본인의 SNS를 통해 “지난 주 목요일 민주당 기재위원 일동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며 “민주당 기재위 간사로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재위원 전원의 결의에 충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한 반대를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위기 대책 마련 긴급 현장점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 이재명 당대표, 김성환 정책위의장, 홍성국 민생경제위기대책위 간사.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위기 대책 마련 긴급 현장점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 이재명 당대표, 김성환 정책위의장, 홍성국 민생경제위기대책위 간사. /뉴시스

◇ 일시적 단일대오, 금투세로 깨질까

지금까지 민주당은 이재명 의원이 대표로 당선된 후 일사불란하게 단일대오를 형성해왔다. 당내에서는 친명‧비명 할 것 없이 검찰의 압수수색에 맞섰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위해 야3당이 연합 전선을 형성하고 정부‧여당에 맞섰다. 사법리스크를 안고 당 대표 자리에 오른 이 대표에게 이 같은 움직임은 큰 힘이 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금투세 유예와 같이 예민한 주제로 민주당 내 의견이 부딪히면서 로우키를 유지하던 비명계가 본격적으로 불만을 표출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의 유예론에 비명계가 직접 반대표를 던지면서 분열의 트리거가 됐다는 주장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한번 반대하기가 어렵지 다음은 쉽다”며 “다 같이 스크럼을 짠 상황에서 튀어나와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지만, 금투세 같이 민생 법안으로 당내 의원들 사이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 사법리스크 대응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당 전체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해왔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15일 정책의원총회에서도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 관련 대응 전략을 논의하던 중 ‘우리가 왜 이런 교육을 받아야하나’ ‘우리가 왜 이걸 알아야하나’는 항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개인의 사법리스크 대응에) 당 지도부가 나서서 총력을 기울여서 엄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함께 국정조사, 노란봉투법 등 많은 부분에서 연대하고 있는 정의당도 금투세 유예에는 날을 세웠다.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은 1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마디에 금투세 도입이 유예될 상황”이라며 “금투세 유예는 조세 정의 실현과 하위 99% ‘진짜 개미’들을 위한 주식 시장 건전화를 유예하는 것이다. ‘부자감세’를 강행하는 국민의힘과 다를 바 없다”고 질타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정책조정실장을 다리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상당히 위축됐다. 국정조사, 민생법안 등으로 정부‧여당에 맞서면서 민주당을 넘어 야권 전체가 단합된 모습을 보였지만, 금투세 유예로 단일대오가 흔들리면 이 대표의 리더십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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