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 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 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지난 9월에 열린 국회 정기국회가 12월 10일이면 종료 됩니다. 이런 가운데 야권이 노란봉투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19~20대에서 입법의 문턱을 넘지 못한 노란봉투법이 21대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 노동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정기국회 내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과 함께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의 낡은 노조법은 손배 가압류를 앞세워 어떤 요구와 행동도 하지 못하게 옥죈 협박과 다름 아니다”며 “지금 우리사회는 노동권 행사 자체가 불법이 돼버린 사실상 위헌적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번에는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연일 방문하며 “적법하게 보장돼야 할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이유로 과도한 가압류·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억압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정부여당은 노란봉투법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6일 “건설업계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게 (노조의) 불법·부당 행위라고 어려움 호소를 많이 했다”며 “노란봉투법은 절대로 받을 수가 없는 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Q. 노란봉투법이 무슨 법인가요?

A. 노란봉부법의 정확한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개정안’입니다. 해당 개정안에는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배소 제기와 가압류 집행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노동조합법의 개정필요성이 대두 된 것은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였습니다.

Q. 왜 이름이 노란봉투법인가요?

A. ‘노란봉투 캠페인’에서 시작된 이름입니다.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의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주부 배춘환 씨가 아들의 학원비를 아껴 모은 4만7,000원을 노란 월급봉투에 담아 한 시사주간지에 보내면서 시작됐습니다.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4만7,000원을 보내는 노란봉투 캠페인이 시작됐습니다. 모금이 시작된 지 16일 만에 1차 목표액인 4억7,000만 원이 달성됐고, 111일 만에 총 4만7,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최종 목표액인 14억7,000만 원이 달성됐습니다.

그리고 2015년 4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34명은 노조법상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합법 파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자 개인에게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으로 발의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19대와 20대, 21대 국회에서 매번 발의됐지만 19대와 20대 국회에서 모두 입법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을 방문, 양경수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을 방문, 양경수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Q. 해당 법안은 누가 추진하고 있나요?

A. 현재 21대 국회에는 민주당에서 3건, 정의당에서 1건의 노란봉투법을 발의했습니다. 가시적으로 노란봉투법의 통과를 위해 가장 힘쓰고 있는 쪽은 정의당으로 보입니다. 특히 정의당은 16일 오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 정의당 의원단 릴레이 1인 시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릴레이 피켓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피켓에는 ‘노란봉투법 즉각 제정’ ‘기다릴만큼 기다렸다’는 내용이 써 있었습니다.

민주당도 노란봉투법 제정에 찬성해왔지만, 정의당으로부터 적극적이지 않다는 질타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과 15일 각각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찾아 입법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반복적으로 제기된 내용이고, 당시 충분히 제도화할 수 있었음에도 미뤄져 현재까지 온 법안들이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성과로 확인되지 않는 관계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입법 성과를 통해 서로 성의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냉랭한 반응을 보냈습니다. 이에 이 대표는 “문제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약속했습니다.

이 대표는 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서는 “상대방 프레임에 당하며 불법 폭력 파업을 보호하는 법인 것처럼 잘못 알려진 것 같다. 합법파업보장법 또는 손배가압류 불법남용방지법으로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떻느냐”고 제안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Q. 민주당은 왜 이름을 바꾸자고 주장하나요?

A. 법안명이 뚜렷하지 않아 악의적 프레임이 씌워져 있으니 ‘합법파업보장법’ ‘손배가압류 불법남용방지법’과 같은 명확한 이름으로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은 이름이 참 예쁘긴 한데 사연을 알지 못하는 분들은 ‘노란봉투법이 뭐지’ 할 수 있다”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법령을 찾고 있다”고 언급 했습니다.

2014년 모두가 쌍용자동차 사태와 노란봉투 캠페인을 알 때는 적절한 이름이었지만, 이제는 노란봉투 캠페인이 많이 잊혀지고 이름만 남아 오히려 부정확한 이미지를 준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도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보호법’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지난 7월 21일 박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를 방문해 '옥쇄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7월 21일 박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를 방문해 '옥쇄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Q. 정부여당은 왜 이 법안을 반대하나요?

A. 고용노동부는 지난 2009년부터 2022년 8월까지 노조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중 선고가 내려진 63건의 판례를 분석해 보니, 절반 가까이가 사업장 점거 때문이었고 위력 점거 과정에서 상대를 폭행하는 등 불법적 수단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노동 쟁의 과정에서 생산설비 파괴, 사업장 불법 점거 등이 횡행할 수 있다고 사실상 반대한 셈입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위헌논란과 함께 현실적으로 개정이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장관은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란동투법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이중구조 문제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노사관계를 법 제도가 규율하지 못하는 문제점들이 드러났다”면서도 “이중구조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보는데, 이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노조법 2조, 3조 등 몇 개를 건드려서 된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개정에 사실상 반대했습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한달에 200만 원 받는 노동자들에게 470억의 손배소가 제기된 대우조선해양을 언급하자 이 장관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법원의 인용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걸러진다”며 “현재 법의 해석을 활용해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한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이같은 정부의 주장에 “생산 설비를 파괴하거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물리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쟁의 행위가 너무 협소하게 규정되어 있으니, 이 부분을 (헌법상 노동 3권의) 취지에 맞게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부 여당이 본질을 호도한다고 반박했습니다.

Q. 야당이 단독으로 입법할 수 있나요?

A. 현재 야당이 여당에 비해 압도적인 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의지를 무시하고 입법을 강행하려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의석수가 많은 제1야당인 민주당에서 불과 몇 달 전 ‘검수완박’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선례가 있고, 얼마 전 이태원 참사의 국정조사를 여당의 반대에도 야3당이 연합해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재계와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노란봉투법까지 밀고나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Q. 정부가 막을 방법이 있나요?

A. 만약 야당이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한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통령이 15일 내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해당 법안을 다시 상정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만으로는 노란봉투법을 다시 통과시키기 힘듭니다. 또 국회 임기 만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법안이 통과 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후 재의 할 시간이 없다면 임기 만료로 해당법안이 폐기될 수도 있습니다.

정치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직접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9월경에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될 경우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지만, 얼마 전 국가적인 참사가 있었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박스권을 탈피하지 못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거부권을 꺼내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