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았으나 별도의 기자회견 없이 정부를 향한 경고만을 보냈다. 전임 대표들은 10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과 당원들에게 전하는 입장문 형식으로 당대표 취임 100일 소감을 밝혔다. 입장문에서 그는 ‘민생’과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지난 100일 간의 성과를 설명했고,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 출범 100일을 맞았다. 지난 100일 동안 국민과 당원의 여망을 받들기 위해 민생과 민주, 투트랙을 중심으로 변화의 씨앗을 뿌려 왔다”며 “국민 우선, 민생 제일주의 실천에 매진해 왔다고 자부한다. 미성년 상속자 빚대물림 방지법을 비롯해서 시급한 민생 중점 법안들을 처리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가계부채 3법, 3대 민생회복 긴급프로그램 같은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법안과 정책들도 추진 중이다. 정부의 초부자감세 그리고 비정한 특권예산에 맞서서 따뜻한 민생예산 관철을 위해서 노력 중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원이 주인이 되는 민주당 기틀을 마련 중”이라며 “정당 사상 최초 중앙당사 당원존, 국민 응답 센터로 소통을 강화했다. 당원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를 향해서는 “정권의 불공정한 권력 행사와 부당한 권력 남용이 우리 사회를 두려움과 불안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질식하는 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내겠다”며 “민생을 포기하고 야당 파괴에만 몰두 중인 윤석열 정부 200일 동안 정치는 실종했고 대화와 타협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국민이 잠시 맡긴 권한을 야당 파괴에 남용하는 것을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또 “이 정권은 무능과 무책임, 무대책으로 민생 경제를 파탄내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한반도 평화위기를 자초했다”며 “정부 여당에 경고한다.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국가의 성공을 위해서 정부·여당과도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겠다”며 “국민과 당원을 중심에 두고 민주당의 길을 가겠다. 멈추지 않고 민주당의 새로운 역사 계속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이 대표의 메시지에 검찰 수사와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민생’을 강조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통상적인 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한 성과 보고도 없이 치적을 자평한 입장문만 나오자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비명계에서는 연내에 ‘결단할 때가 올 것’이라는 의견까지 나왔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분당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여당에서도 민주당의 사당화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본인의 SNS에 “이 대표는 범죄 혐의를 회피하기 위해 취임 100일 기자회견조차 못 하는 것이냐”며 “이 대표의 100일 동안 민생은 없었고, 이생(李生)만 있었으며, 민주당은 없었고 이주(李主)당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