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24 새로운 미래' 공부모임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24 새로운 미래' 공부모임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전당대회 분위기가 예열된 국민의힘 내에서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당원 투표 비율을 대폭 상향 조정하는 방안에 힘을 싣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에 일부 당권 주자 후보군들이 반발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 100% 당원투표 군불에 당내 ′시끌′

14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원 투표 비율을 100%로 올리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당권 주자로 나선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반드시 100% 당원 경선으로 치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비율을 배제하자는 이유는 여론조사가 오히려 당원의 의중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당원이 아닌 사람들이 의도적인 역선택 등을 통해 당심을 왜곡할 수 있고, 이러한 상황이 오히려 당의 존립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당심에서는 앞섰지만 떨어지고, 여론조사에서 강력한 지지를 얻은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대표에 당선된 전례도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조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론조사 반영으로 그동안 끊임없는 역선택 논란은 물론 당의 통합마저 막아왔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전날(13일) 부산시당 당원과 만남에서 “1반 반장 뽑는데 3반 아이들이 당원의 의사를 왜곡하고 오염하면 되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전당대회 시점과 룰을 둘러싼 이견이 분출됐던 것과는 달리 최근 당내에선 어느 정도 의견이 수렴되는 분위기다. 일단 전당대회 시기는 내년 2월 말 3월 초에 열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선 룰에 대해서도 ‘당심’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당내 주류가 공통분모를 형성하고 있다. 당초 여론의 부담을 고려해 ‘당원80%‧여론20%’, ‘당원90%‧여론10%’ 등 다양한 비율이 오르내렸지만, 최근에는 100% 당원투표도 유력한 선택지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비율을 도입한 지난 2004년과 현재 당의 상황이 같지 않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다. 정진석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40대 이하 당원이 한 30%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상당히 균형 있는 지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20만 책임당원 시대와 100만 책임당원 시대는 다르다”며 “그런 시대정신에 걸맞게 우리가 당원들의 권한과 역할을 다시 살펴보고 존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일부 당권 주자들도 힘을 싣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선수가 룰에 대해 자꾸 왈가왈부하는 게 적절치 않다”면서도 “원론적으로 당원들 의사를 잘 반영할 수 있었음 좋겠다”고 말했다. 당권 도전을 시사한 권성동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와는 달리 당 대표 선거는 당원들의 뜻이 철저히 반영되는 것이 좋겠다”며 “그런 측면에서 100% 당원투표로 당 대표를 선출해도 무방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를 둘러싼 당권 주자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사실상 이러한 주장이 당내 친윤 세력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은 ‘비윤계’의 대표 격인 유승민 전 의원의 반발을 사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에서 “(룰을) 9대1로 하든 10대 0으로 하든 아마 자기들 마음대로 할 것”이라며 “축구를 한참 하다가 골대를 옮기고 이런 게 정말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은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룰 개정이 비단 ‘특정 후보’를 겨냥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중도층을 포함한 외연을 축소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30% 민심은 비당원 국민의힘 지지층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라며 “그걸 완전히 없애버린다고 하면 나중에 당 대표가 되더라도 총선 때 당원이 아닌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어떻게 호소를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당권 경쟁에서 ‘역선택’이 실재하는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를 무리하게 추진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든다는 견해도 나온다.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내 분위기는 당원투표 비중 상향 쪽에 힘이 실리면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 시간 부족에 따라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비대위 내 토론을 통해 개정안을 의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입장을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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