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대통령실은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 ‘대출 탕감 장려책’을 고집한 데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나 부위원장은 자녀 수에 따라 부모의 대출 원금을 탕감하는 저출산 대책을 제시한 바 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 부위원장이 대통령실과 대립하는 모습이 연출되며, 향후 전당대회 구도도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은 전날 나 부위원장이 ‘대출 탕감 출산 장려책’을 고집한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라며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공직자로서도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고 했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 5일 새해 기자간담회에서 “청년들이 경제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지 않게 하겠다”며 결혼하면 4,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첫 자녀 출산시 무이자 전환, 둘째·셋째 출산시 원금 일부나 전액을 탕감해주는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6일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나 부위원장이 밝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은 본인의 의견”이라며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나 부위원장은 8일 페이스북에 “돈을 준다고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으나,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 재정투입 부담도 크나, 그 불가피성도 뚜렷한 것이 사실이기에 더욱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더욱 치열한 논쟁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실과 각을 세웠다. 

이에 대통령실이 노골적으로 ‘부적절한 처사’,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는 강한 표현까지 쓴 셈이다. 심지어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의 처사에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나 부위원장의 해촉도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조율하지 않은 '대출 탕감 장려'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했다.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는 한 번도 열린 적이 없기에 저출산 대책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는 것이다. 

또 국무총리실도 국정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전달했지만, 이같은 정책을 발표한 나 부위원장이 행정부의 일원임을 망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탕감 장려책’은 나 부위원장의 개인 의견임을 재차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는 시행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특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직접 반박했음에도 나 부위원장이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입장을 고집한 데 대해서도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인식이다. 

문제는 나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나 부위원장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나, 현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가장 앞선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윤심’(尹心)이 어디로 향하는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나 부위원장이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고, 해촉 가능성도 언급되는 등 견제를 받을 경우 전당대회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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