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전당대회 룰 개정을 공식화 한 가운데 당내에선 유승민 포비아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상 친윤계가 유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 뉴시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룰 개정을 공식화 한 가운데 당내에선 유승민 포비아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상 친윤계가 유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헌 룰 개정을 본격화했다. 당원‧민심 7대 3을 반영한 기존의 룰을 고치고 당원투표 100%에 힘을 실으면서다. 이러한 당헌 개정이 사실상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당내 일각에선 ‘유승민 포비아’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룰 변경에 대해 어떤 장식을 해봐도 그것이 ‘유승민 포비아’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해외 사례를 거론하며 '전당대회 의사결정을 위해 여론조사를 채택한 국가가 어디에도 없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 유럽엔 쌀이 주식인 나라가 없다”며 “그럼 우리도 쌀 먹으면 안 되나”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원 민주주의’를 천명하며 그간 논란이 됐던 당헌 룰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전당대회는 당원의 총의를 묻는 자리지 국민의 인기를 묻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정당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한 전당대회 룰 개정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당내 대다수 의원들도 이에 동의했다. 이날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은 간담회를 통해 당원투표 비중을 높이는 데 대다수가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당이 공식적으론 ‘당원의 뜻’을 앞세우고 있지만, 당내에서도 이번 전당대회 룰 개정 논의가 사실상 유 전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지방선거까지 줄곧 윤석열 대통령과 불편한 기류를 형성한 유 전 의원이 당권을 잡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친윤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더욱이 이준석 전 대표의 ‘생환 여부’가 유 전 의원에게 달려 있다는 점도 그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움직임은 당내 일각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앞선 김 의원을 비롯해 ‘비윤계’로 평가되는 인사들이 중심에 섰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비대위가 번갯불에 콩 볶듯이, 무슨 작전 하듯이 제대로 된 논의 없이 당원 90%니 100%니 간을 보면서 규칙을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것은 당원은 물론이고 국민의힘을 응원하는 국민들께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1등 자르고 5등 대학 보내려고 하는 순간 그게 자기모순”이라며 날을 세웠다.

◇ 안심할 수 없는 ‘친윤계’

당내에서는 유 전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내후년 총선을 앞둔 상황인 만큼 이른바 ‘친유승민계’ 인사들에게 힘을 싣기 위해서라도 유 전 의원이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유 전 의원도 지난 12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때가 되면 더 고민을 해서 국민들께 분명한 결심을 말씀드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민의힘의 당헌 룰 개정은 유 전 의원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인지도 측면’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다지만 당내 민심은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누적된 평가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유 전 의원은 룰 개정 여부는 출마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앞선 라디오에서 “9대 1이든 10대 1이든 그 룰 때문에 제가 출마 결심을 하고 안 하고 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친윤계가 마냥 안심할 수 있는 분위기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원 수가 증가하면서 연령층이 다양해졌다는 점 때문이다. 정 위원장도 이날 회의에서 “우리 당의 20‧30‧40대 당원이 전체의 약 33%”라며 “50대 이상 연령층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로 인한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여러가지를 시사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유 전 의원이 27%로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유 전 의원이 10%를 기록하면서 안철수 의원(13%), 나경원 전 의원(11%)의 뒤를 이었다. 지지층 내에서도 소구력이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친윤계 후보 간 교통정리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원조 ‘윤핵관’으로 평가되는 권성동 의원이 당권 도전을 시사한 데 더해 김기현‧안철수‧윤상현 의원 등 당권 주자들이 저마다 ‘친윤’을 자처하고 있는 상황에서 표 분산이 일어날 경우 유 전 의원에게 ‘이득’으로 이어질 것이란 해석이다. 다만,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점진적인 과정 속에서 당원들에 의해서라도 단일화가 될 것”이라며 표 분산 가능성을 낮게 분석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전국지표조사 리포트 제86호 (2022년 12월 3주)
2022.12.15. 전국지표조사(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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