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고발사주 사건 은폐조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박범계(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고발사주 사건 은폐조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검찰이 ‘고발사주’ 사건 수사 중 허위 보고서을 작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했다. 야권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해 ‘유검무죄 무검유죄’를 외치며 검찰의 조직적 은폐를 주장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공수처 수사3부(김선규 부장검사)는 20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이희동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 검사가 고발된 사건을 배당받았다. 이 부장검사는 ‘고발 사주’와 관련,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담당했다.

◇ 공수처 수사 착수 배경

검찰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범여권 주요 인물에 대한 형사 고발을 사주했다고 한 인터넷 매체가 지난해 9월 의혹을 제기하면서 고발사주 논란이 시작됐다. 인터넷매체의 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최측근 손준성 검사가 같은 검사 출신인 김 의원에게 여권 인사들의 이름이 담긴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같은 보도가 있었던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 대통령의 캠프는 “윤석열 후보는 검찰총장 재직 중 누구에 대해서도 고발 사주를 지시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해당 매체가 고발 사주 운운하며 언급한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국민의힘 김웅 의원 모두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있고, 실제 고발이 이뤄진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손 검사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고발장을 받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선대위에 보냈다는 메신저 화면 캡처가 보도되면서 의혹은 더욱 확산됐다. 김 의원이 받은 고발장의 내용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고발한 고발장의 내용과 거의 똑같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 확산됐다.

나아가 익명으로 사건을 제보했던 조성은 씨는 직접 언론을 만나 김 의원으로부터 손 검사가 작성한 고발장을 받았으며 ‘중앙지검이 아닌 대검으로 가라’ 등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조씨의 폭로로 손 검사는 결국 불구속 기소됐으나, 김 의원은 무혐의 처분됐다. 서울중앙지검 이희동 부장검사가 지난 9월 고발장 등이 전달되는 과정에 손 검사와 김 의원 사이에 제3자가 개입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는 이 부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 소속 포렌식 전문 수사관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면담한 끝에 무혐의 결론을 낸 것으로 봤다. 불기소를 이미 정한 뒤 수사보고서를 짜맞춘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시스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시스

◇ 손준성 재판서 기존 주장 뒤집혀

이 부장검사가 이같은 의혹을 받는 까닭은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있었던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공판에서 기존 증언이 뒤집혔기 때문이다. 고발사주 초기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1부 수사관 정모씨가 공판에서 고발장이 손 검사로부터 김 의원에게 직접 전달됐다고 증언했다.

정씨는 ‘제보자가 텔레그램 메시지를 조작했을 수 있다는 의혹은 더는 제기할 수 없고, 메시지 최초 작성자 및 전달자가 손준성, 김웅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증명됐다’는 보고서 내용이 맞다고 재차 증언했다. 그는 “수사 참여 검사들의 포렌식 보고서 등을 읽으면 충분히 그렇게 결론이 난다. 수사관으로서 보고서만 보면 위법행위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날 손 검사의 재판에서 고발 사주 의혹의 중심에 섰던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은 관련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불과 10일 전 교체한 PC의 하드디스크를 늦은 저녁 또다시 바꿨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정씨는 “오후 8시가 넘은 시각에 PC를 분해해서 작업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하드디스크 교체 사실을 인정했다.

정씨의 증언대로라면 김 의원이 불기소처분 된 논리에 문제가 있으므로 김 의원은 더 이상 ‘무혐의’가 아니게 된다. 김 의원의 무혐의로 일단락이 되는 듯 했던 고발사주 사건이 손 검사 재판에서 기존의 결과를 뒤집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의 조직적 은폐 시도를 의심하고 나섰다.

 지난해 9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뉴시스
 지난해 9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뉴시스

◇ 증거확보가 최대 관건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재판 다음날인 20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2021년 9월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이 보도됐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었다”며 “그런데 보도가 나간 바로 그날, 논란의 대검 수정관실은 사용하던 PC 25대의 하드디스크를 포맷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컴퓨터 25대는 불과 2주 전에 지급받은 새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들이 앞장서서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를 방해한 것"이라며 ”당시 수사 대상이었던 임홍석 검사의 휴대전화에는 삭제 데이터 복원 방지를 위한 안티포렌식 앱이 무려 3차례나 설치됐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해당 수사관은 이 사실을 확인하고 ‘통상적이라 할 수 없고 굉장히 의심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검찰은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손준성 검사에게 직접 고발장을 전달받지 않고 제3자에게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수사관은 ‘제3자가 개입했다는 진술을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며 “없던 진술을 바꿔, 수사보고서에 적시하고 허위 수사보고서로 김웅 의원에게 면죄부를 주었으니 분명한 유검무죄, 무검유죄”라고 질타했다.

대선 후보 시절 모든 의혹을 부정한 윤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사실관계 증명을 일임해왔다. 김 의원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윤 대통령을 향한 의혹도 불식되는 듯 했으나, 김 의원이 다시 휘말리게 된 지금 윤 대통령이 고발사주의 핵심에 있었다는 의혹도 재점화 됐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고발사주 의혹과 윤 대통령의 관계 자체를 부정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 또한 지난해 9월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시절 직접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신빙성 없는 괴문서를 가지고 국민들을 혼돈에 빠뜨리면 안 된다. 정말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검증은 정상적인 자료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고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 치는 것”이라고 격양된 목소리로 부인한 바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이 있겠냐’는 질의에 “영향이 있더라도 일시적일 것”이라며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보낸 것은 사실일지라도, 그 보고서를 만든 사람이라는 증거도 없고, 그게 대통령의 지시 하에 일어난 일이라는 증거는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할 일이지만, 설령 짜맞추기가 있었더라도 검찰 내 징계가 있어야 한다. 자꾸 대통령과 엮어서는 안된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었지 사건 관계자, 수사 담당자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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