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경북 안동 중앙신시장을 방문해 거리연설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경북 안동 중앙신시장을 방문해 거리연설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민주당의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과 법조계 소식에 따르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이 대표에게 28일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된 데 이어 이 대표 본인에게도 소환 통보가 이뤄진 것이다.

예견됐던 ‘사법리스크’인 만큼 당에서는 이 대표가 검찰 소환 통보에 응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민심 행보를 위해 1박 2일로 예정됐던 ‘국민 속으로, 경청투어’ 일정을 그대로 진행했다.

본인의 고향인 경북 안동으로 향한 그는 중앙시장 연설에서 “검찰이 저를 소환하겠다고 어제 갑자기 연락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대장동 사건을 가지고 몇년 가까이 탈탈 털더니 이제 무혐의 났던 성남FC 광고한 것 가지고 저를 소환하겠다고 한다”며 “십수년 동안 탈탈 털려왔다. 없는 먼지를 만들어내려고 십수년 노력했지만 아직도 못 만든 모양이다. 수없이 검찰 경찰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시장·도지사 10년 남짓 동안 나흘에 사흘을 압수수색, 조사, 감사 당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저와 제 주변을 털고 있는 검찰 숫자가 60명, 파견 검사까지 70명도 넘을 것 같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몇년간 계속 털고 있다”며 “제가 대선때부터 대장동 특검하자고 요구했더니 이상한 핑계를 대며 거부했다. 이렇게 조작하려고 특검을 거부한 것이냐. 이재명을 죽인다고 무능함과 불공정함이 감춰지지 않는다. 가장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정권이 바로 윤석열 정권”이라고 꼬집었다.

◇ 검찰 출두 여부는 불투명

검찰 소환 통보에 응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지난 9일 허위사실공표 혐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전례가 있고, 성남FC 사건은 이미 무죄를 받았던 사안인만큼 불출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표께서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뒤에 다른 당직자들과 상의를 한 뒤 결정을 내리겠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도 이에 발을 맞추는 분위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1야당 대표를, 대선 경쟁자였던 사람을 이렇게 소환 통보하는 것은 이 정권이 정적 제거에만 혈안이 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박성준 대변인 또한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기업 유치와 광고 영업이 죄라면 대한민국 모든 지자체장이 처벌받아야 한다. 윤석열 검찰은 대한민국의 모든 자치단체장을 범죄자로 만들 생각이냐”며 “각종 혜택을 주며 기업이 오도록 읍소하는 것이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현실이다. 시민 축구단 운영자금이 부족해 기업의 후원을 받아내고자 백방으로 시장이 뛰어다닌다”고 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STX그룹과 200억원의 후원 계약을 맺은 경남FC는 김태호 전 도지사 △대우조선과 메인 스폰서십을 맺고 지역의 기업대표 16명을 경남FC 재정이사로 영입한 홍준표 경남도지사 △인천 유나이티드FC를 창단하면서 GM대우, 인천대교 등과 후원 계약을 맺은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을 언급했다. 이어 “이재명 성남시장은 두산그룹의 성남FC 후원을 이끌어 내고 두산그룹 5개 계열사를 유치했다.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세수도 늘리는 기업을 유치했는데 이것이 상 받을 일이지 벌받을 일이냐”고 질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경북 안동 중앙신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경북 안동 중앙신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뉴시스

◇ "이재명 개인 - 민주당 대표 분리해야"

한편,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 ‘개인’과 ‘당 대표’의 채널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부결 가능성이 제기되고 상황에서,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여부마저 당 지도부의 논의로 정해지면 ‘방탄’ 이미지가 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당과 결부시켜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응천 의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이 당당하게 싸울 일은 아니고, 이재명 대표가 당당하게 싸워 나가시길 원한다”며 “대변인이나 최고위원, 이런 분들이 검찰 수사 중간중간에 흘리는 것, 그 사실이 아니다 그건 거짓말이다 등의 말씀은 당의 공식라인이 하시는 건 안 맞다”고 선을 그었다.

조 의원은 “어쨌든 압도적 다수로 대표에 당선이 되셨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이 있다. 그건(사퇴는) 그 분이 결정을 하시기 전에 누구도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용퇴론에 대해서는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 개인과 민주당을 구분하는 것이 당의 분열을 막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비명계에서는 최근 복당한 박지원 의원 등 이 대표에 대한 ‘방탄’ 스피커가 강화되는 분위기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지난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이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에 대해 “극소수”라고 했다.

이에 조응천 의원은 “김남국 의원의 그런 주장이 극소수”라며 “(그 극소수가) 지금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분들과 김남국 의원 같은 분들”이라고 받아쳤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제 더 이상 이 목소리를 막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당당하게 맞서시되, 스스로 당과는 거리를 둬 줘야 만일의 사태에 당이 비호할 수 있다. 자꾸 스스로 당의 뒤에 숨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방탄’ 오명 때문에 당이 대표를 지킬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