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시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검찰과 더불어민주당이 여론전을 펼치며 견제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이미 ‘성남 FC’ 의혹으로 소환조사를 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대장동‧위례 배임’ 의혹으로 다시 소환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망신주기식 소환이라며 반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도 거세게 비판했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태국 방콕에서 송환돼 곧장 수원지검으로 압송됐다. 수갑을 찬 채 모습을 드러낸 김 전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모른다”고 일축했다.

그는 앞서 KBS와의 단독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고위급 간부들에게 거액을 건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관해서는 “만날만한 계기도 없고 만날만한 이유도 없는데 내가 그 사람을 왜 만나냐”며 “그 이재명 때문에 제 인생이 이렇게 초토화됐다. 전화통화도 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가 2018년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을 때 이태형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현금 3억원과 전환사채 20억원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관해 지난 13일 “김성태라는 분 얼굴도 본 적이 없다. 인연이라면 (쌍방울) 내의 사 입은 것 뿐”이라고 부정한 바 있다.

◇ 한동훈 장관 발언 논란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해외 도피한 중범죄자들이 못 견디고 귀국하기 직전에 자기 입장을 전할 언론사를 선택해서 일방적인 인터뷰를 하고 자기에게 유리하게 보도되게 하고, 관련자들에게 일종의 말맞추기 신호를 보내는 것은 과거에 자주 있던 일”이라며 오히려 김 전 회장의 인터뷰를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남욱 씨도 그랬고 최서원 씨도 그랬다. 그런다고 범죄 수사가 안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수원지검으로 호송된 김 전 회장이 다른 의혹보다 변호사비 의혹에 대해 집중 수사를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국민들이 진짜로 궁금해 하시는 것은 민주당이 말하는 ‘깡패 잡아 오는 배후’가 아니라 ‘깡패 배후’라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또한 이 대표가 의혹을 받고 있는 성남FC, 위례‧대장동 배임 등에 관해서는 ‘성남 지역 토착 비리 범죄’ 혐의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곧장 거세게 반발했다. 법무부 장관이 개별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1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토착 비리 범죄’ 이런 단어도 쓰셨다는데 사실 그분은 장관을 그만두셔야 하는 발언들을 너무 많이 하시는 것”이라며 “장관을 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법 위에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 건지 모르겠으나 장관으로서의 태도는 이미 다 잃었다”고 일침했다.

정청래 최고위원 또한 같은 날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김 전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말맞추기 신호를 보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KBS를 비롯해서 모든 언론이 들고 일어나야한다”며 “만약에 추미애 장관이나 조국 장관이 이런 말을 했으면, 개별 사건에 대한 지휘권도 없는 법무부 장관이 수사 가이드라인 주냐고 융단 폭격을 했을 만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한 장관이 야당 대표와 동등하게 보이고 싶은 정치 지망생의 처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민주당에서 나왔다. 박성준 대변인은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자기 정치 욕심을 부리는 ‘검찰본당’ 대표”라며 “때마침 여당 전당대회도 앞두고 있으니 윤핵관 당대표 후보로 나가면 되겠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검찰이 이 대표를 재차 소환한 것을 두고도 민주당은 ‘답정수사(답이 정해져 있는 수사)’ ‘망신주기식 소환’ ‘짜 맞추기 기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증거가 차고 넘치는 정영학 녹취록 속 50억 클럽과 검찰 전관들의 로비의혹은 수사하지 않는 검찰이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이름만 나오면 어떻게든 짜 맞춰 가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 설 민심이 분수령

한발 나아가 설 밥상머리 민심과 연관짓기도 했다. 검찰 수사를 받는 야당 대표를 명절 민심에 올리려는 언론 플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 측에서는 아직 대장동 담당 변호인도 선임하지 않았는데 다른 변호인을 통해 구두로 소환을 통보한 후 곧장 언론에 소환 사실을 흘렸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번 설 민심이 향후 검찰 조사 방향을 결정 지을 것으로 전망한다. 

고민정 의원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라며 “(이 대표를) 설 밥상에 올리려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별로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 또한 대체로 이번 소환이 ‘이재명의 악마화’를 강조하기 위한 검찰의 수라고 해석했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가 이미 위례‧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소환에 대비했으며, 성남FC 사건 못지않게 자신을 보이고 있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검찰 출석 여부는 설 연휴가 지난 뒤 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는 이미 검찰 소환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당하게 조사받겠다고 하지 않았냐”면서도 “다만 이번에는 성남FC 때보다 소환에 불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좀 더 크다. 대장동 사건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고, 제1야당 대표를 검찰이 소환하면서 이렇게 하나하나 사건별로 쪼개는 것은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을 주겠다는 의도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부른다고 계속 가야하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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