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중개사협회 “보증보험 범위 확대 및 임대차 관련 정보 투명 공개 필요”
정부 추진 중인 ‘집주인 국세 체납 정보 공개‘ 인터넷 통해서도 열람‧공개해야

빌라왕 김모씨 사망 이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면서 세입자들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 뉴시스
빌라왕 김모 씨 사망 이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면서 세입자들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지난 10월 빌라‧오피스텔 1,139채를 보유한 ‘빌라왕’ 김모 씨가 숨지면서 다수의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1일 설명회를 열면서 ‘빌라왕’ 사태 피해 세입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빌라왕’ 사태와 유사한 제2, 제3의 전세사기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달 12일에는 빌라‧오피스텔 60여채를 보유한 송모 씨가 사망하면서 세입자들의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내년 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가 이사 여부를 집주인에게 통보하는 과정에서 빌라 등 240여채를 보유한 집주인 정모씨가 작년 7월 사망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정부의 대책 발표 후에도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자 세입자들의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다. 기존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나, 전세를 구하려던 신규 세입자들은 월세로 돌아서고 있는 추세다.

또 부득이하게 전세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이하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매물을 찾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시장 내 전세사기 위험성이 팽배해지자 임대차계약 중개 업무를 담당 중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는 정부가 기존에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 방지 대책을 보완하고 관련 법안 등을 손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깡통전세’ 예방 위해 보증보험 가입 범위 확대해야

먼저 협회는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깡통전세’의 경우 △시세가 불투명한 신축빌라를 대상으로 한 건축업자와 분양업자간 커넥션 △자격제한 요건 없는 무분별한 분양업자 양산 △제한 없는 중개보조원 고용 △중개대상물의 확인설명이 불가능한 직거래 증가 △일반중개 의뢰계약 시스템 부실 등 부동산 유통시장의 중개메커니즘상 문제가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깡통전세’를 막기 위해선 임대차 계약시 HUG 등 보증기관의 보증보험 가입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 강서구 화곡동과 같이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은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과 보증보험 가입요건 완화를 통해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HUG가 취급하는 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전입신고·확정일자를 받았을 것 △‘전세보증금+선순위채권’ 금액이 주택가격 이내일 것 △등기부 등본상 경매신청‧압류‧가압류‧가처분‧가등기 등이 없을 것 △선순위채권이 주택가격 대비 60% 이내일 것 △주택의 건물‧토지가 모두 임대인 소유일 것 △전세계약기간이 1년 이상일 것 △공인중개사를 통해 체결한 전세계약일 것 △보증금액이 수도권 7억원 이하, 그 외 지역 5억원 이하일 것 △건축물대장상 위반건축물로 기재되지 않았을 것 △단독‧다가구‧다중 주택의 경우 선순위채권과 다른 세입자들의 선순위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주택가격의 80% 이내일 것 등 여러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한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임대차 계약체결 과정에서 보증보험 가입을 확정하려면 임대인의 동의특약이 필요하다”며 “이때 채권양도승낙 및 채권양도통지도 임대인이 통보를 수령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임대인이 이를 동의하지 않는다면 보증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한 계약체결은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채권양도통지 요건을 완화하거나 임대인의 보증보험 가입 동의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2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약속했다. / 뉴시스
지난 22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약속했다. / 뉴시스

◇ 계약체결 시점 임차인에게 선순위 임대차 정보 제공 필수

협회는 △주택 내 선순위 임차인 내역 △임대인의 국세·지방세 체납으로 인한 경매시 보증금 차감 등 선순위 임대차 정보를 둘러싼 전세사기는 현행 법령의 보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선순위 임대차 정보 대부분을 임차인이 쉽게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선순위 임대차 정보 관련 문제들은 단독‧다가구 주택에서 흔히 발생한다”고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전세사기 피해를 막으려면 계약체결 시점 임차인에게 객관적인 선순위 임대차 정보를 제공하고 동시에 공인중개사가 임대차 대상물건의 보증금 총액을 확인할 수 있도록 법령‧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여기에 부동산 전부증명서상 근저당권 확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증금 총액‧선순위 임대차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집주인의 국세‧지방세 체납 여부도 수월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관계자는 “다행히 내년 4월부터 임차인이 임대인의 국세 체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정부는 세무서 방문만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서도 이를 열람‧확인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제대로 전세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협회는 정부가 △임차 중인 주택 임대인 변경시 임대인에게 임차인 대상 계약내용 안내 고지의무 부여 △임대인의 전세보증보험 승계의무 부여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매도인·임대인의 부동산정보공개 의무 부여 △임대인의 국세완납증명 제공 의무 부여 △주택가격의 급격한 변동시 유연한 대출정책 보완 등을 검토한 뒤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세사기 유형별 분류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세사기 유형별 분류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 협회 “국회, 공인중개사법 개정시 임대인 동의 없는 정보 공개 추진해야”

더불어 협회는 국회가 검토 중인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도 개선‧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서는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에게 임대차 정보 및 주민등록 전입세대 열람 등을 요청할 경우 임대인의 동의를 먼저 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다가구주택 등 임대차 계약 중개 과정에서 임차인 보호를 위해 확인해야 할 가장 중요한 내역은 선순위 보증금 액수 및 월차임 내역”이라며 “그러나 이를 임대인 동의를 전제로 확인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결국 임대인의 이해와 선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보증금‧월차임 수준을 임대인이 주도해 결정하는 비대칭적인 현행 구조상 투명한 정보 공개만이 임차인과 임대인간 정보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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