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채 중 10여채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미가입

27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국토부 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시스
27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국토부 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빌라‧오피스텔 1,139채를 보유한 이른바 ‘빌라왕’이 숨지면서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와 유사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27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인천 미추홀구 등에서 빌라‧오피스텔 수십채를 보유한 20대 송모 씨가 지난 12일 사망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세입자가 속출했다.

송씨는 본인 명의로 된 빌라‧오피스텔 총 60여채를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취급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50여채다.

송씨의 사망 사실은 보일러 고장이 발생한 한 세입자 A씨가 송씨에게 연락을 취하면서 알려졌다.

세입자 A씨는 과거 임대차 계약 후 1개월 후 임대인이 송씨로 변경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에 따르면 송씨는 평소에도 연락이 잘 닿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1월 만기를 앞둔 A씨는 올해 7월 만기일에 맞춰 이사를 하겠다며 계약갱신거절 문자를 송씨에게 전송했다. 이어 지난 11월에는 만기도래 전 보증금 반환이 가능한지를 송씨에게 문의했고 송씨는 문제없이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근 A씨는 보일러가 고장나자 송씨에게 수리를 요청하기 위해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 19일에도 통화를 시도했으나 송씨의 핸드폰은 꺼진 상태였다. 이에 A씨는 임대차계약을 중개한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는데 그곳에서 송씨가 지난 12일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A씨를 포함한 피해 세입자들에 의하면 송씨의 부모‧동생 모두 현재까지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다.

집주인인 송씨가 사망하면서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들도 ‘빌라왕’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전세보증금을 돌려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HUG가 대위변제 절차에 착수하려면 집주인과 계약해지를 해야하는데 송씨가 사망해 계약해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송씨의 부동산을 친인척들이 상속해야만 계약해지 절차가 가능한데 송씨의 부모‧동생이 잠적해 이마저도 힘든 상태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HUG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확한 보증금 피해 규모는 아직 공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서 말씀 드리기 어렵다”면서 “기존 ‘빌라왕’ 사태는 유사하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듯 싶다”고 설명했다.

또 이같은 사고 사례를 막기 위한 방안에 대해선 “임대인 사망 사고이기 때문에 임차인이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확인 중”이라며 “송씨가 보유한 빌라‧오피스텔 등은 수도권에 위치 중인 것으로 파악됐고 정확한 위치는 특정해 밝히기 어려운 점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빌라왕’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본 세입자들은 이날 오전 국토교통부 세종청사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신속하게 피해자 지원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 B씨는 “‘빌라왕’ 사태 피해자 1,100여명 중 절반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경매를 통해 스스로 보증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경매 과정에서 받게 되는 금액이 기존 보증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B씨에 따르면 숨진 김씨(‘빌라왕’)는 자전거래 수법을 통해 전세보증금을 높여 계약을 주선했다. 이 때문에 경매를 거쳐 주택을 매각해도 보증금보다 훨씬 적은 금액 받을 수밖에 없고 선순위로 잡힌 김씨의 체납 세금으로 인해 전세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HUG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전달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집중관리 다주택채무자(악성임대인) 현황(2022년 11월 기준)’ 자료에 의하면 세입자에게 가장 많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람은 박모 씨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보증금 사고건수 및 금액이 293건‧646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정모 씨는 254건‧600억원으로, 3위 이모 씨는 286건‧581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최근 사망한 빌라왕 김모 씨는 171건‧334억원으로 악성임대인 8위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김씨의 경우 김씨가 세운 D법인 91건, 김씨 본인 명의 주택 80건에서 각각 160억원, 174억원의 보증금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자 전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도지사 협의회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권역별 전세피해 지원센터’ 설치를 요청했다.

당시 원희룡 장관은 “전세사기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으며 가해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데 반해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한 뒤에도 개인이 일일이 대응할 수 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다”면서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한 첫 걸음이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을 때 제일 먼저 찾아갈 수 있는 거점을 만드는 것으로 지역실정에 밝은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차인의 피해 규모와 유형, 보증가입 유무 등을 신속히 파악해 상황에 맞게 기민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종합적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근거자료 및 출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집중관리 다주택채무자(악성임대인) 현황(2022년 11월 기준)
2022.12.26 H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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