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개각설에 선을 긋고 나서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6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여야가 이 문제를 두고 전면전을 펼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정부가 이 장관을 안고 가려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탄핵’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사태 수습 후 문제가 있다면 책임’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견지하며 이러한 민주당의 비판을 ‘정치 공세’라고 맞받았다. 가까스로 국정동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정부 책임론’이 재차 비화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 민주당, 이상민 ‘자진 사퇴’ 요구

이날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서울시‧용산구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의 주된 화두는 이 장관의 책임 여부였다. 민주당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정부 측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이 장관의 자진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 정부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은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말,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장관이 책임을 지고 나가는 자세야 말로 향후 이러한 참사가 재발하지 않는 근본 대책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정부의 고위 공직자가 책임지는 게 공직사회 전반에 만연된 ‘안전 불감증’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재난 대비를 더욱 집중할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그간 대형 인명사고 발생 시 국무위원이 자진 사퇴 등으로 책임을 져왔다는 전례도 꺼내 들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헌법 87조에 따르면, 당연히 보좌를 하기 때문에 그 권한에 따른 책임을 져야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도 앉아서 직무를 열심히 하는 게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사실상 이 장관의 행보가 ‘헌법 위반’이라는 취지다.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적절한 대응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참사 당일인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11시 20분 처음 보고를 받은 뒤 85분 동안 9통의 전화만 오갔고, 이 중 장관이 직접 전화를 건 것은 한 번에 불과했다는 점을 추궁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8통은 전부 걸려 온 전화를 받은 것이고 심지어 나머지 대부분이 행안부 내 식구들”이라며 “대통령 지시로 치료 이행을 위한 복지부 장관과 통화 자체가 없다. 말이 되는가”라고 쏘아붙였다.

유가족 명단을 받은 적이 없다던 발언도 쟁점이 됐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 27일 기관 보고 당시 행안부가 유족명단을 받은 바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서울시는 이를 건넸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서울시로부터 받은 것은 사망자 현황 파일”이라며 “유가족들이 65명 정도 기재돼 있는 불안전한 정보였다"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즉각 이를 ‘위증’이라고 몰아세웠다.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같은 주장을 한 이후 명단의 존재를 확인했음에도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주장이다.

◇ 국민의힘, ‘탄핵 증거 수집 청문회’ 비판

이 장관을 향한 민주당의 집중 공세 배경에는 윤 대통령이 ‘연초 개각설’에 선을 그은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상승세인 지지율을 기반으로 ‘3대 개혁’ 등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윤 대통령은 내각의 ‘안정성’을 우선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총리 및 장관 등 이태원 참사 책임자에 대한 ‘유임’으로 받아들이면서 잡음은 커지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계속 이것을 미뤄온 이유는 결국 면죄부를 주기 위한 과정 아닌가로 보는 것”이라며 “국정조사가 끝나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가장 좋지만 안 되면 강력한 파면을 요구할 것이고 그게 안 되면 결국 국민의 뜻에 따라 탄핵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의 공세가 ‘정치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사퇴’와 ‘위증’으로 이 장관을 압박하고 나서는 것 자체가 청문회를 ‘탄핵 명분 쌓기’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상민 증인에게 민주당은 사퇴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는 정치적 공세를 하고 있다”며 “진상규명보다는 결국 이 장관을 탄핵시키기 위한 증거수집 차원에서 열리는 것 아닌지 우려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유족 명단 논란’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는) 한마디로 말해서 불완전한 현황이었다고 본다”며 “유족명단이 아니라 사망자 명단을 받았기 때문에 불거졌을 혼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망자 명단’에 유족 명단이 일부 포함됐지만, 이를 온전한 유족 명단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이 장관의 해명을 두둔한 것이다.

청문회를 거치면서 민주당의 이 장관 ‘퇴진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지켜보자’는 기류가 다분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수사 결과가 나오고 청문회 결과가 나온 후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게 있다면 그때 묻겠다는 것이 임명권자의 뜻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국정조사 후 ‘탄핵’까지도 공언하고 있는 만큼 이 문제가 향후 정국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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