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야3당 용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결과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이종철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야3당 용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결과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55일간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끝났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3당은 반쪽짜리 국정조사였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책임자 규명 등 모든 부분에서 유족들의 마음을 제대로 달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정조사에서 큰 성과를 얻지 못한 야3당은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 구성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책임자 처벌 등 후속조치를 위해 독립적인 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고, 나아가 특검까지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당과의 협상도 필요하지만, 국정조사에도 회의적이었던 국민의힘이 협조할 가능성은 낮다.

여야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마지막 날인 17일까지도 첨예하게 맞섰다. ‘정부 관계자 책임론’이 포함된 결과보고서를 여당이 거부하면서 야3당의 단독 의결로 채택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의 위증 혐의 고발도 야3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 야3당, 단독 결과보고서 채택

여당의 결과보고서 채택 거부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야3당에서 결과보고서에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대통령실 산하 국정상황실과 국가위기관리센터의 책임을 명시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에서 재발방지 대책 범위를 세워야 한다는 것 외에는 다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은 가능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여당 위원들이 회의장을 떠나면서 야3당 위원들만이 남아 결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장관과 윤 청장, 그리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위증 고발 여부도 맞부딪히는 지점이었다. 위증에 대한 고발 소식에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과연 야당 입장에서 여당과 함께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결국 이태원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 간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국조특위를 수없이 했지만 위증자에 대한 고발을 안 한 적이 없다. 이 부분은 여당에서 양해해 달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 또한 “저는 이 장관과 사법고시 동기생이다. 1987년부터 이 장관을 알았고 35년 이상 지기”라면서도 “그렇지만 진상 규명을 하고 이 장관이 허위 증언을 한 데 대해서는 적어도 법이 제대로 적용돼야 한다는 마음에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여야 의원들이 맞서는 가운데 여당 위원들은 진실규명에 집중하기보다 이 장관을 엄호하기 위해 논점을 흐린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의 닥터카 탑승 문제를 과도하게 부각해 유족들의 반발을 산 것에 이어 이날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조사와는 무관한 김의겸 의원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 문제를 꺼내들면서 유족들을 절규하게 했다. 회의장에서 결과보고서 채택을 기다리던 유족들은 갑작스런 화제에 조 의원의 이름을 외치며 “인간이냐”,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고성을 질렀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번 국정조사에 대해 “주최자가 없는 지역축제여서 정부가 책임질 일은 없다는 변명은 싹 사라졌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대규모 인파가 운집하여 압사사고가 우려된다고 예측해서, 경비대 배치 등으로 대비해 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확정되었으며, 진상규명 노력을 비난하는 2차 가해 행위는 적어도 정치권 등 국가의 공적인 영역에서는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딱 부러지게 결론 난 게 없어서 안타깝다. 서울시·경찰·행안부 등 어느 하나의 행정기관도 자체 조사를 통해 참사 원인과 책임을 국회에 보고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답변 회피나 허위 증언으로 이 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태도가 뚜렷하게 느껴졌다”며 “성과도 있었지만 유가족이 기대한 진상조사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로부터 고발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조특위 야3당은 이 장관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고 파면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 뉴시스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로부터 고발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조특위 야3당은 이 장관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고 파면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 뉴시스

◇ 국정조사 다음은 특검?

야3당은 18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결과 국민보고회’를 열고 국정조사의 미진함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특위위원들과 유가족협의회, 차지호 카이스트 교수 등 전문가들은 유가족·생존자가 참여하는 진상조사기구를 신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은 끝내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에 참여하지 않았다. 재발방지대책 마련과 독립적 조사기구 신설,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거부한 셈”이라며 “독립적 조사를 수행할 기구를 구성하고 책임자 처벌을 위한 후속 조치를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 수사로 밝혀질 일이라더니 결국 소환조사나 압수수색 한 번 없이 혐의없음이라는 면죄부를 얻어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이 장관에게 그 책임을 엄중히 물겠다”고 다짐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독립적 진상조사기구에 더해 국회 산하 재난안전특별위원회 신설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재난안전특위를 통해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규정하고 응급 구조 및 대응이 시스템 아래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추진하겠다”며 1월 임시국회 내 설치 계획을 전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재난관리체계의 한계를 지적했다. 용 대표는 “기본소득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 역시 이태원 참사 이후 재난관리체계를 위반했다는 점을 밝혔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의 재난관리주관기관 장으로서 법률 상 명시된 책무를 모두 방기했다. 국가 차원의 재난관리체계가 일개 대통령 한 명에 와르르 무너졌다”며 독립적인 재난조사기구 설치, 재난조사기구의 진상규명이 책임자에 대한 사법적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특검, 기소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태원 국조특위에서 진상규명보다는 정치공방, 책임회피만이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지금, 새로운 진상조사기구를 구성한다고 해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독립적 조사, 책임자 처벌, 향후 유족 지원 문제 등 진상조사기구에 어느 정도의 권한을 부여해야 하는지도 논란이다.

모든 논란을 극복하더라도, 여당과 협상은 거의 불가능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여당은 '국정조사도 야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여 어쩔 수 없이 시작해 합의 없이 끝난 실패작'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은 이번 국정조사에서 행안부가 재난관리주관기관이었음을 시인했으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을 밝혀내는 등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는 입장이다. 용혜인 의원은 “여당 간사도 어제 앞으로 진상규명이 더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며 “독립적인 재난조사기구가 반드시 필요하고, 특수본 수사 결과 또한 참사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는 지휘부들에 대해서 단1명의 책임도 묻지 못했기 때문에 특검을 통해서 윗선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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