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존재 자체가 부작용 효과 vs 규제 해제 명분 없어… 전문가 의견 갈려
‘경기 침체 다소 완화하나 거래활성화 제한적‘ 의견에는 대부분 공감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자 일각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뉴시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자 일각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최근 강남3구 및 용산구 등을 제외한 서울 전 자치구를 규제지역에서 해제한 가운데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의 눈길은 남은 규제 중 하나인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쏠리고 있다.

지난 1979년 처음 도입‧시행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국토교통부장관과 각 지자체별 시‧도지사가 특정 지역을 거래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최대 5년까지 지정 가능하며 구역 내 토지를 거래하려면 시장‧군수‧구청장 등 각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작년 8월 31일기준) 이달 28일 종로‧송파‧용산 등 신속통합기획 주택재개발 사업예정지 27곳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기간이 만료된다.

이어 올 4월 3일에는 노원‧강동‧동작 등 공공재개발 후보지 16곳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기간이 끝나게 된다. 4월 26일에는 양천‧영등포‧성동‧강남 등 주요 재건축단지가, 5월 12일과 19일에는 강서구(과해‧오곡‧오쇠동)와 용산구(이촌, 한강로 1‧2‧3가 등)가 각각 지정기간이 만료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도금 대출 완화, 규제지역 해제, 취득세 및 종부세 중과 완화 등 각종 규제완화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13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또 다시 0.25bp(현 3.50%) 올리면서 정부 대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서울 등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일제히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두고 전문가들은 각각 다른 시선을 보이고 있어 정부 당국의 신중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2040서울도시 기본계획을 발표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 / 뉴시스
2040서울도시 기본계획을 발표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 / 뉴시스

◇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두고 전문가별 의견 상이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다고 해서 당장 시장이 급격히 활성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예외적으로 서울 강남 등 주거 희망 욕구가 높은 일부 지역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다면 타 지역에서 갈아타기 등을 통해 이주하려는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며 “따라서 강남 같은 일부 지역에 한해 거래가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투기 가능성에 대해선 “물론 갭투기 등 투기 가능성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은 아직도 규제지역에 속한 만큼 이들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다고 갭투기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목동 등 정비사업이 활발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즉시 갭투기가 활성화 될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며 “이는 정비사업 자체가 경기 상황에 따라 가격 등락이 크기 때문인데 지금처럼 금리인상으로 금융비용이 크고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최소 10년 이상 진행되는 정비사업에 무엇보다 수익률에 민감한 갭투기가 들어갈 여지는 적다”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 자체가 부작용이라는 견해도 제기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와 같이 시장 침체 상황에서는 특정 지역을 타겟팅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놓는 것 자체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저해된다”고 단언했다.

뒤이어 “금리하락으로 집값 상승 우려가 크다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를 이어가야 하나 지금처럼 금리인상이 집값을 억눌러 버린 상황에서는 투기 우려가 크지 않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검토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인해 해당 지역 거주자는 재산권, 주거 이전 자유 등을 침해 받게 된다”며 “단순 투기 우려 때문이라는 목적 아래 이같은 권리가 침해받는다는 것은 집값 안정이라는 정부 정책 목적과도 괴리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단 정부 정책과 시장 상황은 항상 시차가 존재한다”며 “정부는 향후 금리인하 시기 등을 예상해 선제적인 대응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할 명분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팀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거주를 동반한 실수요는 제한하지 않는다”면서 “즉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것은 재건축사업이나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개발호재에 따라 가수요가 몰리는 사례를 방지하고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당장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일제히 해제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며 “예로 용산‧서초 일대 등은 아직도 가격이 안내려간 상황인 반면 송파는 약간 가격이 내려가긴 했으나 이는 잠시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만약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일제히 해제된다고 해도 시장이 활성화되거나 투기가 급증할 가능성은 적다”며 “이는 DSR 등 금융규제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인데 여력이 되는 고소득자도 DSR로 인해 현재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 경기 침체를 다소 완화할 순 있으나 본격적인 거래활성화는 제한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일제히 해제된다면 그동안 불가능했던 갭투자가 가능해져 수요 확대로 침체를 줄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시장 내 투자 심리가 바닥권이라서 폭발적인 거래 증가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토지거래 지정 현황(서울시 2022년 8월 31일 기준)
2023.1.13 서울특별시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