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시장에 미치는 영향 적다는 점엔 동의… 일각에선 풍선 효과 등 우려

서울시가 압구정동 및 목동 등 일부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 뉴시스
서울시가 압구정동 및 목동 등 일부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사진은 목동 재건축 단지/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서울시가 지난 6일 압구정동‧목동‧여의도동‧성수동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은 내년 4월 26일까지 1년간 규제를 적용 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이번 결정이 조금씩 회복 중인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오는 6월 말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여부가 결정되는 잠실동은 벌써부터 재지정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치솟고 있다.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일부 지역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서울시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1년 연장… 오세훈 시장 “집값, 문재인 정부 초기로 회귀해야”

지난 3월 16일 강남구청은 서울시에 압구정 아파트지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어 같은 달 21일 양천구청은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단지(1~14 단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서울시에 건의했다.

양천구의 경우 지난 3월 말 구의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양천구 목동아파트 14개 단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촉구 결의문’을 발표하면서 오세훈 시장에게 허가구역 해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1979년 도입된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장관, 각 시장·도지사 등이 특정지역을 거래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실거주 목적 외에는 토지거래가 금지되고 실거주 목적에 따른 거래라도 시장·군수, 관할구청장 등의 허가가 있어야만 거래가 가능하다. 또 실거주 목적으로 거래한 토지는 매매·임대가 불가능하며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만약 관할구청장 등의 허가 없이 토지를 거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30% 상당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여기에 일정 규모 이상 주택·상가를 거래할 때에도 시장·군수 및 관할구청장 등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앞서 강남구청 등 관할기관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건의 당시 부동산 경기 악화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어 거래량‧거래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예전과 같은 투기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또 과도한 규제로 인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사유재산권 침해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오는 6월 말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여부가 결정되는 잠실동 관할기관인 송파구청 역시 “작년 기준 잠실동의 부동산 거래량은 911건으로 허가구역 지정 전인 지난 2019년 2,705건 대비 약 66.32% 감소한 상황”이라면서 “부동산 경기 악화 속에서 허가구역 내 주민들이 제때 주택 등을 팔지 못하면서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당분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나설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집값 하락을 목표로 부동산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 30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오세훈 시장은 “부동산은 어떻게든 잡아야 하고 (가격이) 낮을수록 좋다고 생각을 하는데 부동산 가격 연착륙을 통해 문재인 정부 초기 정도까지는 되돌아가야 한다”며 “백보 양보해 물가가 많이 올랐기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문재인 정부 초기 부동산 가격 정도로 회귀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 1월말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값이 문재인 정부 초기 수준까지 내려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 뉴시스
올 1월말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값이 문재인 정부 초기 수준까지 내려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 뉴시스

◇ 윤지해 팀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 無…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가 영향력 더 커”

윤지해 부동산R114 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이전에 지정됐던 것을 연장 조치한 것으로 시장에 특별한 영향을 주진 않는다”며 “현 상태가 유지 된다고 보면 되고 시장에 미치는 요인들은 기존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소적으로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만 그대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보다는 오는 7일부터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가 풀림에 따라 오히려 거래가 늘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팀장은 “허가구역 내에서도 결국 (실거주 목적 등) 실수요는 허가를 내준다. 따라서 자금력 있는 실수요는 여전히 주택 구매가 가능하다”며 “압구정동 등의 지역은 내년에도 재평가가 이뤄지겠지만 아무래도 고층 개발을 앞두고 있어 서울시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진태인 팀장 “가격 급등 요인 막겠다는 서울시 확고한 의지 확인”

서울시 결정이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을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팀 팀장은 “정부가 부동산 PF 위기, 미분양 문제 등은 관심을 가지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집중 관리하는 반면 허가구역 해제 등으로 자칫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은 원하지 않는 듯 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현재 우리나라 전체 국토 중 평당 가격이 높은 지역”이라며 “지난 5일 서울시의 허가구역 재지정 결정은 지금 당장은 허가구역을 풀어줄 생각이 없다는 (정부 당국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정부는 그간 지방 미분양 해소 지역을 미분양 관리지역서 해제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섰다”며 “이에 반해 어제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은 시장에서 가격이 오른다는 시그널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시장 전망에 대해선 “강남‧송파구는 물밑에서 매수자와 매도자간 눈치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및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 같은 고액 부동산이 몰린 지역 외에는 허가구역 해제 여부에 따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예상했다.

압구정동 토지거래허가구역 현황 / 강남구청
압구정동 토지거래허가구역 현황 / 강남구청

◇ 송승현 대표 “시장 내 실효성 없다는 의견 상당수… 재산권 침해 등 한계점 보여”

현행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대한민국 전체로 봤을 때 국소적‧국지적인 것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닥 크지 않다”며 “시장 내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두고 정책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도 상당 부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주로 재건축 단지가 존재하는 지역으로 전세가율이 낮다”며 “최근 강남권을 비롯해 서울 전체 전세가격이 급락한 상황에서 사실상 전세를 낀 갭투자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도 한계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부연했다.

송승현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말 그대로 토지를 규제‧제약하는 것인데 지금은 주택까지 거래를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최근 경기 침체 우려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민들도 부동산을 팔고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를 못하게 되면서 재산권 침해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러한 문제점 속에서 규제로 인해 허가구역에서 용산‧반포 등 다른 지역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풍선‧거품 효과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에 만약 1년 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다면 용산‧반포로 유입됐던 자금이 해제지역으로 가는 등 가격 왜곡 현상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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