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평화경제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시계를 보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평화경제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시계를 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10일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물론 당 지도부와 의원들까지도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출석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명계(친 이재명) 최고위원들은 적극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0.7%p 차이로 패배한 자신의 대선 경쟁자를 유치하게, 치졸하게, 악랄하게 선거법으로 기소하고 이미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죽은 사건을 다시 되살려 어떻게든 죽이겠다는 정적 제거, 정적 숙청을 하려는 정권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 국민과 정권이 싸우면 반드시 국민이 이긴다. 이것이 역사”라고 날을 세웠다.

성남FC 건으로 소환하는 것에 대한 의심도 있었다. 대장동 사건으로 1년 넘게 수사를 해도 나오는 게 없자 이제 와서 경찰이 3년 넘게 수사하고 무혐의 종결한 성남FC 건을 되살려 소환한다는 지적이다.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 공동위원장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으로부터 광고를 유치하는 게 죄가 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살아남을 시민구단이 어디 있겠느냐”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발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친명‧비명계 한목소리

이 대표의 검찰 출석 현장에는 다수의 의원이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을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는 데 뜻을 함께한 셈이다. 안호영 수석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고위원이 전부 다 간다는 게 아니라 야당에 대한 탄압으로 보고 의원들이 전체적으로 단합해서 대응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친문계 핵심인사 중 한 명인 전해철 의원 또한 이 대표의 검찰 수사에 당이 함께해야 한다는 데 힘을 실었다.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가 이 대표의 검찰 출석에 동행하는 것에 대한 질의를 받고 “현재 (이 대표가) 야당의 대표이지 않냐”며 “야당의 대표 수사에 대해 당이 함께하면서 단일대오로 대응하는 것은 부득이하다”고 동의했다.

당은 기본적으로 당 대표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사정 정국을 조성한다든지 정치 보복을 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이 뜻을 모아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 의원은 이 대표 개인의 사법리스크를 당과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까지는 이 대표에 대한 명확한 불법성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서 다른 상황을 상정해 두고 준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 차원에서 참석을 독려 받은 것이 없지만 다들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라며 “그만큼 정부와 검찰의 야당 탄압 수사에 의원들이 엄중하고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들 이심전심으로 내일 참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이 대표의 출석에 맞춰 성남지청 앞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결집을 독려하는 여러 장의 포스터가 게시됐다. 해당 포스터에는 ‘모두 모이자! 힘을 모으자! 우리가 이재명이다’ ‘총구는 밖으로 힘을 모으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총구는 밖으로’는 지난 7일 진보 성향 유튜브 실시간 방송에서 결집을 당부하며 했던 “내부 총질은 이적행위, 총구는 밖으로”를 이 대표의 유튜브가 인용하면서 화제가 된 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 FC 후원금' 의혹 수사와 관련해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한다. 복수사건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이 대표가 검찰 소환조사에 응하는 것은 처음이다. 사진은 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모습.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 FC 후원금' 의혹 수사와 관련해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한다. 복수사건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이 대표가 검찰 소환조사에 응하는 것은 처음이다. 사진은 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모습. / 뉴시스

◇ 여당 “결국 방탄 국회 아니냐”

반면 민주당 일각에서 의원들의 동행을 염려하는 목소리는 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혼자 가야 국민이 함께한다”며 당 지도부 동행없이 이 대표 혼자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개인의 사법리스크에 당이 함께 대응하면 민주당이 검찰 조사를 받는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본인의 SNS를 통해 “지도부가 동행하고 지지자들이 연호하면 국민들은 민주당을 ‘민생’보다는 ‘이 대표의 방탄에 전념하는 정당’으로 규정하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 전체가 출석하는 그림을 만들어선 안 된다. 당이 이 대표를 호위하고 출석하는 그림을 가장 간절히 원하는 쪽은 국민의힘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민 의원 또한 이 대표 개인과 당의 분리 대응을 강조했다. 지난 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 출연한 그는 현재 이 대표가 받고 있는 사법적 의혹은 당 대표 당무 수행 중에 생긴 문제도 아니고 당과 관련이 있는 문제도 아니라며 “이 말이 고깝고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게 분명해야 당도 견뎌낼 수 있고 본인도 헤쳐 나갈 수가 있다”고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1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한 것과 민주당 의원들이 성남지청까지 동행하는 행보를 연결해 결국 ‘범죄 피의자’ 이 대표의 ‘방탄’을 위한 민주당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단독으로 1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고, 9일부터 30일간 임시국회 회기가 시작됐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한 대정부 긴급현안질문 추진 의지를 밝혔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 채택과 민생법안 처리, 일몰법안 처리 등을 위해 국회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새해 첫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이 대표의 방탄을 위해서 단독소집한 임시회가 오늘부터 회기를 시작한다. 이 대표가 내일(10일) 출석하기로 한 것으로 봐서 방탄국회임이 틀림없다”고 날을 세웠다. 또한 민주당의 긴급 현안질의 요청에 대해서도 방탄 국회라는 비판을 막기 위한 또 다른 가림막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택위원장 또한 “이 대표가 내일 민주당 지도부를 모두 이끌고 나가서 위세를 과시한다고 한다”며 “지금까지 민주당이 이재명에게 인질로 잡혀있다 생각했는데 이쯤되면 민주당도 이재명과 국회와 민생을 인질로 삼은 공범이라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방탄 국회라는 지적에 대해 “지금 북한의 무인기 침범과 관련된 안보 참사도 심각하고 이와 관련한 정부 대응에 대해 따질 필요가 있다. 또 경제 상황도 안 좋아서 국회에서 해결할 필요가 있는데 방탄 국회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더구나 지금 출석해서 당당히 할 말을 하신다는데 왜 자꾸 방탄이라는 말이 나오느냐”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 다음날인 11일에 인천 민생 현장 방문이 예정돼 있다. 앞서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 우려 속에도 지방 경청 투어를 다니며 지지자들과의 스킨십을 강조했고, 민주당 지도부는 꾸준히 제기되는 당과 개인의 분리 주장에도 이 대표와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10일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검찰 조사에 동행하는 것도 사법리스크라는 큰 파도를 함께 넘으며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집토끼 굳히기’ 전략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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