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오후 제403회 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오고 있다. /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오후 제403회 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오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후보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대통령실과의 불화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이 김기현 후보의 손을 잡은 데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하람 후보가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의 당권 레이스에 ‘먹구름’이 낀 모양새다.

그간 상승세를 이어오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8일 유력 경쟁자인 김 의원에게 따라잡히는 형국이다. 쿠키뉴스의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김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긴 했지만, 격차가 크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안 후보가 35.5%, 김 후보가 31.2%를 기록하면서 두 후보의 격차가 4.3%p로 좁혀졌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김 후보가 안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 안 후보를 지지한 비율은 30.4%에 그친 반면 김 후보는 45.3%를 기록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9%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불과 일주일여 전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상승세는 두드러졌다.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십자포화를 받던 나경원 전 의원이 불출마로 선회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 심리가 안 후보에게 투영되는 양상이었다. 친윤을 자처하며 반윤 표심까지 더할 수 있다는 것은 안 후보로선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안 후보 측은 이를 ‘바닥 당심’이라고 자평하면서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김 후보의 ‘윤심 마케팅’을 직접 겨누기도 했다. ‘윤심은 김기현’이라는 당 안팎의 평가를 부정하면서다.

‘자신감’은 곧 독이 됐다. 친윤계에서 안 후보를 겨냥한 ‘맹폭’이 이어졌고, 대통령실에서도 안 후보의 ‘윤안(윤석열-안철수)연대’ 등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다. 급기야 대통령실에서 안 후보를 겨냥해 국정운영 ‘방해꾼’, ‘적’이라는 말이 있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왔다. 이후 안 후보는 “그렇게 생각하실 줄 몰랐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김나연대’와 천하람 등판에 ‘흔들’

여기에 나경원 전 의원이 전날(7일) 김 후보와 회동 후 사실상 손을 잡으면서 안 후보가 처한 분위기는 더욱 엄혹해졌다. 그간 안 후보는 ‘수도권 연대’를 고리로 나 전 의원을 향해 구애의 손길을 내밀어 왔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궁극적으로 안 후보가 아닌 김 후보의 손을 잡으면서 안 후보의 ‘계획’도 무위로 돌아갔다. 나 전 의원 측 박종희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사실상 지지 선언”이라며 “(안 후보는) 지지하기 어렵다는 말씀 같다”고 평가했다.

치명적인 것은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의 각을 세우면서 형성된 당내 반윤 정서를 끌어모으겠다는 전략도 무용해졌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반윤 색채’가 뚜렷한 천하람 후보가 등장한 것도 안 후보의 지지율을 잠식시키는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지원하는 천 후보는 등장과 함께 앞선 두 여론조사에서 3위(리얼미터 9.4%‧한길리서치 10.9%)를 기록하면서 당권 레이스의 ‘다크호스’로 평가받고 있다. 지지층이 일정 부분 겹칠 수밖에 없는 안 후보로서는 악재인 셈이다.

일단 안 후보는 이러한 구도 변화에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나연대’와 관련해 “나 전 의원께서도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며 “평가는 당원과 국민들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상 주변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안 후보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란 전망은 계속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대통령실의 한 방 저격이 간단치 않은 상황”이라며 “안 후보의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아마 다음 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이야기하면서 외연 확장성이나 수도권 경쟁력을 부각하며 김기현 후보와 차별성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길리서치 2023년 2월 2주차 정기 여론조사
   
[미디어트리뷴-리얼미터] 김기현 의원, 큰 폭 상승하며 오차범위 밖 1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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