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윤계 당권 주자인 천하람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향해 ′골든 크로스′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 후보의 지지율 정체를 기회로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뉴시스
비윤계 당권 주자인 천하람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향해 ′골든 크로스′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 후보의 지지율 정체를 기회로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다크호스’로 평가되는 천하람 후보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친윤계‧대통령실에 대한 ‘맹공’을 쏟아낸 천 후보는 잦아든 ‘안풍(安風)’까지도 넘보는 분위기다. 이를 통해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내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천 후보는 9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제가 봤을 때 저희 당원들 최소한 60% 이상은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만 지금 이런 방향으로 가다가는 단순히 총선에서 지는 것이 아니고 당이 후퇴해 국민의 신뢰를 아예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지원’을 받는 천 후보는 그간 ‘비윤계’ 표심 잡기에 주력해 왔다. 친윤계와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며 ‘선명성’을 부각하데 힘을 줬다. 천 후보는 전날(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차 떼고 포 떼고 하면 정치는 누구와 하나”며 대통령실의 당권 주자 압박을 직격했다. 그는 앞서 당권 주자 비전 발표회에서도 ‘대통령 공천 개입 금지’를 공약으로 들고나오기도 했다.

‘우군’인 이준석계의 ‘지원 사격’은 든든하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윤핵관에 대한 공세에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나서면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원래 전당대회에 끼면 안 되는 분이 등장했다”고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허은아 의원은 이날 BBS 같은 라디오에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이지만 진짜 리더답다”며 천 후보를 치켜세웠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출마와 동시에 지지율을 단숨에 끌어올린 점을 봤을 때 존재감과 전략은 입증된 모양새다.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6~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 중 9.4%가 천 후보를 지지했다. 쿠키뉴스의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는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 10.9%가 천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두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각각 ±4.9%p, ±2.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안철수 ‘맹공’… ‘골든 크로스’도 자신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과 친윤계에 집중됐던 천 후보의 ‘공세'가 안 후보에게 향하고 있다. 상승 곡선을 그리던 안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 동력이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과정에서 당내 주류 세력에 대한 반발 심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비윤’ 진영의 후보가 등장하지 않았을 때 유의미한 이야기였다.

당장 천 후보는 안 후보의 ‘비윤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앞선 라디오에서 “안 후보도 마치 비윤이다 보니까 좋은 후보인 것처럼, 나쁜 권력에 의해 억압받는 후보인 것처럼 반사 효과를 얻고 있다”며 “안 후보도 똑같이 윤핵관의 손을 잡고 싶어 하고 주류에 줄 서고 편승하고 싶어 한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와 합세해 안 후보의 ‘정책 행보’를 겨냥했다. 안 후보가 이날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를 활용해 ‘대국민 소통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조준했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치이야기 해야 될 시기에 쫄아서 아무 기술 키워드 던지면서 회피하려고 하니까 도망가려고 한다는 유언비어가 도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 후보는 “챗GPT에 후보님이 친윤인지 비윤인지 물어보면 어떨까”라고 비꼬았다. 

목표는 안 후보와의 ‘골든 크로스’다. 안 후보가 ‘애매한 입지’에 놓인 만큼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천 후보는 이날 앞선 라디오에서 “천하람-안철수의 골든 크로스는 금방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안 후보가 가장 상품성이 높았을 때는 저랑 붙었던 총선 때”라며 “천 후보는 똑똑하기 때문에 ‘제가 이준석 아바타입니까’ 이런 것 안 한다”고 말했다. 천 후보와 안 후보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내놓은 셈이다.

공세가 거세지는 데 대해 안 후보는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그는 이날 충북 괴산군에서 열린 당원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저보다 훨씬 밑에 있는 후보가 저는 그 말이 이해 안 간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밑에 있는 후보가 위에 있는 후보를 앞지를 때가 골든 크로스”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텐데 무슨 골든 크로스인가”라고 반문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길리서치 2023년 2월 2주차 정기 여론조사
2023.02.08. 한길리서치
[미디어트리뷴-리얼미터] 김기현 의원, 큰 폭 상승하며 오차범위 밖 1위 기록
2023.02.08. 리얼미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