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된 가운데 부·무효표로 인해 개표가 중단됐다. / 뉴시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된 가운데 부·무효표로 인해 개표가 중단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나온 두 장의 논란 표를 두고 국민의힘 내에서 ‘의도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실상 민주당 내부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해당 표들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란 설명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국회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께서 한 표는 무효 한 표는 부결 처리를 했는데 (둘 다) 의도를 갖고 썼다고 본다”며 “의도는 ‘부’라고 하지만 ‘부’가 내키지 않았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의도적으로 저렇게 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음은 이재명이랑 같이 못 가겠는데 들들 볶이고 인간관계도 있고 그런 복잡한 마음이, 혼란스러운 마음이 드러난 거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27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나선 여야는 ‘개표 과정’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표결은 의원들의 수기로 ‘가(可)’ 혹은 ‘부(否)’를 적어야 했는데, 두 장의 표가 알아볼 수 없는 글자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측 감표 위원들은 해당 글자를 ‘부결’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그간의 관례를 지적하며 알아볼 수 없는 표는 ‘무효’라고 맞받아쳤다. 이 과정에서 개표는 75분가량 지연됐고 결과적으로 김진표 국회의장이 한 장은 부결로, 한 장은 무효로 판단하며 끝이 났다.

물론 국민의힘에서는 이러한 김 의장의 ‘판단’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효표와 무효표를 가리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두 표는 다 무효라고 생각한다”며 “‘가’라고 쓰고 점을 찍어도 무효라고 하는 건 글자를 제대로 쓴 거 외에 표시가 있으면 비밀 투표의 원칙을 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 무효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실수로 점 하나만 찍혀도 무효가 되던 본회의 표결의 원칙은 어디 갔나”라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당 진영에서도 이를 두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출신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흘려 쓴 ‘부’자가 원래 자신의 필체가 아니라 의도적 무효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 의원은 제 발로 걸어 나가 집을 향하는 게 어떨까”라고 꼬집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보통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면 꼭 서너 표는 무효표가 나온다”며 “여러 생각이 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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