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도부는 단일대오를 외치고 있지만, 당내 소란을 잡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도부는 단일대오를 외치고 있지만, 당내 소란을 잡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두고 내홍에 휩싸인 모습이다. 표결 전만 해도 ‘단일대오’를 자신했지만, 실제 결과는 이와 어긋났기 때문이다. 비명계에서 이 대표의 거취 문제도 거론해 당내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28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과 관련해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씁쓸한 반응이 이어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치검찰의 부당하고 과도한 표적 수사에 대한 헌법의 정신과 규정을 지킨 당연한 결과”라며 “다만 표결의 결과가 우리 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모은 총의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말처럼 전날(27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은 민주당으로선 ‘예상 밖’이었다. 당초 민주당은 ‘압도적 부결’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당내 총의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찬성 139표, 반대 138표로 ‘가결’이 더 많았다. 통과 요건인 149표를 얻지 못해 결과적으로 ‘부결’이 되기는 했지만, 민주당 내에서 최소 31표 이상의 ‘이탈 표’가 나온 것으로 추산되면서 내홍의 불씨가 됐다.

민주당 내부에선 ‘탄식’이 이어졌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이 전날 표결 후 기자들과 만나 “정말 크게 실망했다”고 언급한 데 이어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매우 당혹스럽고 무겁다”라고 말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이런 정도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단 지도부를 중심으로 이번 사태를 진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내분’으로 이어질 경우, 여권의 작전에 먹혀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어제의 일로 당이 더 혼란이나 분열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이동주 원내부대표도 “언론에서는 연일 민주당의 분열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결코 우리 당이 가서는 안 될 길”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 당내 파열음 솔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열의 조짐은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비명계의 ‘집단행동’으로 규정하는 당내 시각이 대표적이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앞에서는 부결을 외치고 뒤로는 가결과 무효표를 조직했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숫자로만 봐서는 지금까지 그렇게 기권 무효표가 많이 나온 적이 없었다”고 했다.

여기에 당내 열성 지지자들의 ‘색출 작업’이 시작된 것도 소란을 부추기고 있다. 전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결과가 나온 이후 이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을 비롯한 SNS상에는 이른바 ‘살생부’라는 이름의 비명계 의원 명단이 나돌았다. 이들에 대한 문자‧전화 폭탄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내용도 굉장히 살벌하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가 너무 벗어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당 내부의 파열음이 새어 나오는 가운데 이러한 흐름이 한동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원들이 이들을 추적하는 작업이 벌어지고 어느 정도 수면위로 드러나면 이들(비명계)은 끊임없이 총선을 앞두고 당을 흔들 것”이라며 “이 싸움 자체가 민주당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로감 또는 민주당에 대한 불만을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가운데 당내에선 이 대표 ‘사퇴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검찰의 추가 영장 발부 가능성 등이 점쳐지고 있는 만큼, 이 대표 스스로의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상민 의원은 앞서 라디오에서 “당 대표의 거취가 어때야 한다는 건 좀 조심스럽다”면서도 “어떤 조치가 필요한 건 틀림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박범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당장 거취 결정을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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