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5·18 정신 헌법 조문 불가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러한 목소리가 그간 공을 들였던 서진 전략 등을 부인하는 꼴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 뉴시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5·18 정신 헌법 조문 불가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러한 목소리가 그간 공을 들였던 서진 전략 등을 부인하는 꼴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정신’ 헌법 수록 불가 발언으로 들썩이고 있다. 당 지도부가 일제히 해당 발언을 ‘개인 의견’으로 치부하고 나섰지만, 당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의 5‧18 북한 개입 주장까지 흘러나오며 더욱 곤혹스러워진 모양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해 온 ‘국민 통합’ 기조와 어긋나는 데다, 야권에서 이들에 대한 ‘사퇴 압박’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은 지난 12일 김 최고위원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관하는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 참석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전 목사는 “이번에도 우리가 김기현 장로를 사실 밀었다”며 “그런데 우리한테 찬물을 끼얹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5‧18 정신을 헌법에 놓겠다(고 한다)”며 “그런다고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아나. 전라도는 영원히 10%”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자 김 최고위원은 “그건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라고 전 목사의 발언에 동조했다. 전 목사가 “그냥 전라도에 대해서 립서비스하려고 한 거지”라고 묻자 그는 “표 얻으려고 하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 아닌가”라고 답했다. 사실상 그간 당내에서 공론화됐던 5‧18 정신 헌법 조문 수록에 대해 부정적 뉘앙스를 내비친 셈이다.

5‧18 조문 헌법 수록 의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공연히 약속했던 사안 중 하나다. 후보 시절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윤 대통령은 “5‧18 정신은 헌법이 개정될 때 당연히 헌법 전문에 실어야 한다고 전부터 주장해 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 신분으로 처음 참석한 5‧18 기념행사에서는 이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했다. 김기현 대표도 당시 한 라디오에서 “당의 의견을 한번 수렴해 볼 때가 됐다”고 동조했다.

발언이 문제가 되자 김 최고위원은 ‘개인 생각’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해당 발언에 대해 여권의 ‘진심’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황명선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13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이 공개 항의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의 공약도 ‘표 얻으려는 립서비스’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까지 발언은 그저 표를 위해 5‧18 운동을 득표 전략으로만 삼은 것 아닌지 의심케 된다”고 쏘아붙였다. 

◇ 중도층 떠날라… 당내서도 비판

문제는 이러한 가운데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이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북한 개입설’을 재차 주장하고 나서면서 악재가 겹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과거 인터뷰에서 ‘북한 개입설’을 언급한 데 대해 “가능성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그는 “북한군이라는 표현을 쓴 적은 없고,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은 즉각 이와 관련해 ‘역사 쿠데타’라며 해당 인사들에 대한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까지 연결시키며 ‘우클릭’ 이미지를 극대화 시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은 당혹감이 역력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극우’ 이미지가 덧대질 경우 중도층 이탈 등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호남을 지역구로 둔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내년 총선은 이번 전당대회처럼 당원 대상 선거도 아니고 전 국민의 심판을 받는 선거로 건전하고 합리적인 중도층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선거”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당 지도부는 이를 진화하는 데 부심이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선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부적절’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황교안 전 대표와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 의견인 거 같아 보이고 분위기나 성격상 아주 진지한 자리는 아니었을 거라고 짐작되지만 적절한 것은 아니었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은 김광동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북한군이 개입했다’와 ‘북한이 영향을 미치려고 했다’는 서로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을 전후로 공을 들였던 ‘호남 구애 전략’이 자칫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도 우려하는 지점이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칫 정치인 한 명의 발언으로 인해 국민의힘이 그동안 노력해 왔고 호남과 또 함께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폄훼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김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조심하겠다”며 “5‧18 정신 헌법전문 게재에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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