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트북에 역사 관련 메시지가 부착돼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노트북에 태극기 문양과 함께 역사 관련 메시지를 부착해 위원장이 개의를 하지 않아 회의가 지연됐다. / 뉴시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트북에 역사 관련 메시지가 부착돼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노트북에 태극기 문양과 함께 역사 관련 메시지를 부착해 위원장이 개의를 하지 않아 회의가 지연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극심해지고 있다.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됨에 따라 당내에서는 이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옹호하는 목소리가 혼재되고 있다. 소란스러운 내부 상황 수습에 집중한 민주당은 동시에 총구를 외부로 향했다. ‘근로시간 개편’부터 ‘대일 외교’를 바라보는 싸늘한 민심을 타고 대여 공세를 극대화해 국면 전환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7일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내용에 대해 “일본의 하수인”, “최악의 굴종 외교”라고 맹비난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에 조공을 바치고 화해를 간청하는 그야말로 항복식 같은 참담한 모습”이라고 쏘아붙였다.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일본이 바라는 바대로 말하고 움직였다”고 비난했다.

최대 주 69시간까지 근로시간을 확대할 수 있는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서도 연일 질타에 나섰다. 이러한 제도를 내놓은 것 자체가 세계적 흐름에 대한 역주행이라고 힐난하면서다.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MZ 세대’ 의견 수렴을 강조한 것과 대해서도 ‘세대 가르기’라고 쏘아붙였다. 박 원내대표는 “같은 문제 제기에 세대를 갈라 다르게 반응하는 윤석열 정부의 나쁜 의도로 국민을 기만해선 안 된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이은 주 69시간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철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대여 공세는 앞서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 대책으로 ‘제3자 변제안’을 꺼내 들면서 본격화됐다. 일본의 제대로 된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안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날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도 공세의 명분을 더해준 요인이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를 단독 소집과 관련해 “일본 방문 결과를 보고 소집해도 늦지 않다”며 “미리 흠집 내기”라고 비판한 바 있다.

◇ 내홍 수습 나선 민주당… 대여 공세에 총력

야당으로서 정부의 ‘실책’을 좌시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이러한 민주당의 공세가 ‘내부의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가 이날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에 참석하는 등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 되고 있는데 따른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당헌 80조 삭제’를 둘러싸고 불거진 갈등은 심상찮은 당내 상황을 보여준 대목이다. 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 내에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내용의 당헌 80조를 삭제하는 의견이 제기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비명계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나”라고 반발했다. 이러한 내용을 검토하겠다는 것 자체가 이 대표에 대한 ‘방탄 정당’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신경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전날 의원총회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에선 ‘질서 있는 퇴진’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친명계는 ‘연말 퇴진’을 언급하는 것과는 달리 비명계에선 ‘조기 퇴진’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속한 당내 수습을 해야 한다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당내 혼란을 수습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불씨가 된 ‘당헌 80조 개정은 없다'고 못을 박으며 적극 진화에 나섰다. 안호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안건에 대해 ‘다양한 제안’이라고 강조한 뒤 “불필요하고 소모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당헌 80조 개정을 논의하거나 검토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동시에 대여 공세 수위는 더욱 끌어 올릴 전망이다. 이를 통해 내부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국정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대일외교에 대한 ‘불만’이 드러나고 있는 데다,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선 호재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한일 정상회담 관련 규탄 결의안을 준비를 공언한 데 이어 오는 18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규탄 대회에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렸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청 앞으로 모여달라”며 “저와 민주당도 함께 망국적 야합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