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번 정기주주총회 시즌 CJ그룹의 상장계열사 9곳 중 8곳의 ‘주주총회소집공고’ 공시엔 같은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이 상정돼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해당 계열사는 코스피 상장사인 CJ·CJ제일제당·CJ대한통운·CJ씨푸드·CJ CGV, 그리고 코스닥 상장사인 CJ ENM·CJ프레시웨이·스튜디오드래곤 등입니다.

지주사인 CJ를 대표 사례로 살펴볼까요. 여러 정관 변경 내용 중 이익배당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있는데요. 기존엔 ‘이익의 배당은 매 결산기말 현재의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 또는 등록된 질권자에  금전과 주식 및 기타의 재산으로 할 수 있다’고 명시했던 것을 ‘이사회결의로 배당을 받을 주주를 확정하기 위한 기준일을 정할 수 있으며, 기준일을 정한 경우 그 기준일의 2주 전에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다른 7곳의 상장계열사들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죠.

그룹 차원의 이러한 움직임은 배당기준일 설정 관행을 개선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배당은 기업이 거둔 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그리고 배당을 실시하는데 있어 절차상 중요한 사안 중 하나가 배당기준일 설정이죠. 어느 시점에 주식을 보유 중인 주주에게 배당을 지급할지 결정하는 겁니다.

2022년 막대한 이익을 올린 A기업의 배당기준일이 2022년 12월 31일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2022년 1월 1일에 A기업 주식을 매수해 2022년 12월 30일에 매도한 주주는 배당을 받을 수 없습니다. 반면 2022년 12월 30일에 A기업 주식을 매수해 2023년 1월 1일에 매도한 주주는 배당을 받게 되죠. 주식을 보유 중인 기간은 중요하지 않고, 배당기준일에 주식을 가지고 있었느냐가 배당 지급의 기준인 겁니다.

국내 상장사들은 이 같은 배당기준일을 통상 해당 사업연도 말일에 해당하는 ‘결산기 말’로 설정해왔습니다. 주주총회에서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준인 의결권 기준일도 마찬가지였죠.

때문에 연말이면 소위 ‘배당주’라 불리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관행은 중요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해당 사업연도 실적을 바탕으로 결산배당을 실시할지, 그리고 어느 정도 규모로 실시할지는 이듬해 3월경 열리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됩니다. 때문에 주주 입장에선 배당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투자를 해야 했습니다. 예상과 달리 배당을 하지 않거나 예상보다 배당 규모가 작더라도 별다른 도리가 없었죠.

이에 정부는 최근 개선 움직임에 착수한 바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지난 1월 배당 관련 결정을 먼저 내린 뒤 배당기준일을 정하도록 하는 개선 방안을 마련했죠. 이후 상법 유권해석 배포, 표준 정관 개정, 정관 개정 권고 등 빠른 개선을 유도하는 조치가 이어졌습니다.

CJ그룹 8개 상장계열사들이 일제히 같은 내용의 정관 변경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춘 겁니다. 나머지 1개 상장계열사인 CJ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이미 개선된 방식의 배당 절차를 정관에 명시해두고 있죠.

주주가치를 훼손해온 관행을 깨트리는 이러한 모습은 무척 긍정적입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움직임이 더 활발해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