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오스코텍은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행동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코스닥 상장사인 오스코텍은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행동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신약개발전문 바이오기업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오스코텍은 이번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행동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주주제안 내용은 7일 공시된 ‘주주총회 소집공소’ 공시를 통해, 주주제안의 배경은 9일 최초 공시에 이어 13일 정정공시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 공시를 통해 확인 가능하죠. 나아가 주주행동에 나선 소액주주연대 측은 검사인 선임을 요청해 법원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이와 관련된 내용은 27일 ‘소송 등의 판결‧결정’으로 공시됐습니다.

소액주주들의 요구는 무엇일까요?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널리 확산한 가운데, 이번 정기주주총회 시즌 많은 기업들이 주주행동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주주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기업이 있는가하면, 갈등 및 대립을 겪고 있는 곳도 있죠.

그런데 오스코텍을 향한 주주행동은 요구사항이 범상치 않습니다. 보통 주주행동은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직접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스코텍 소액주주들이 겨냥하고 있는 주 타깃은 경영권을 감싸고 있는 ‘방탄유리’입니다.

소액주주연대는 오스코텍의 정관 제27조와 제32조의 내용을 변경하는 주주제안을 제출했습니다.

먼저, 주주총회 결의방법을 규정한 제27조는 △제1항. 주주총회의 결의는 법령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로 하되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이상의 수로 하여야 한다 △제2항. 이사 중 동시에 2명 이상을 해임하기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5분의 4이상의 찬성으로 한다 △제3항.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주주제안권으로 인하여 해임하거나 선임하는 경우에는 발행주식 총수의 5분의 4이상의 찬성으로 한다 △제4항. 적대적 기업인수 및 합병으로 인하여 새로이 추가되는 이사의 선임 및 기존 이사의 해임은 발행주식총수의 5분의 4이상의 찬성으로 하여야 한다 △제5항. 제2항, 3항, 4항의 정관 조항의 변경을 결의하는 경우에도 발행주식 총수의 5분의 4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사 중 2명 이상을 동시 해임할 경우, 주주제안으로 이사를 해임 또는 선임하는 경우, 적대적 기업인수 및 합병으로 이사를 해임 또는 선임하는 경우 모두 발행주식총수의 80%가 찬성해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해당 정관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80%가 찬성해야 하도록 명시고 있죠. 반면, 이사회 결의에 의해 추천된 이사 후보자는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출석한 가운데 과반의 찬성만 얻으면 됩니다.

발행주식총수의 80%라는 기준은 충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에 가깝습니다. 기업의 중대사안을 결정할 때 법적으로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돼있는 ‘특별결의’의 승인요건(주주총회 출석의결권의 3분의 2,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 보다 문턱이 훨씬 높죠. 애초에 발행주식총수의 80% 이상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오스코텍 소액주주연대는 이러한 정관 내용을 ‘차별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합니다. 보유 지분이 13% 수준에 불과한 지배주주의 경영권 독단 및 남용을 초래할 수 있고, 대다수 일반주주들의 이사선임권은 철저히 배제된다는 지적이죠. 특히 “발행주식수총의 70% 참석요건이나 80%의 찬성 등의 초다수결의제는 아직 대법원에서 합법성을 인정한 판례가 없다”며 법적인 문제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초대형신약물질 레이저티닙의 로열티를 보유한 회사로서 시장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이러한 조항이 삭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죠.

소액주주들이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현재 정관상 제27조의 내용을 변경하는 주주제안이 가결되기 위해선 발행주식총수의 80% 이상 찬성이 필요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소액주주연대 측도 이를 잘 알고 있죠. 

다만, 소액주주연대 측은 “주주들이 3분의 2 이상 찬성해주면 명분을 얻어 주총 후 법원 무효소송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정기주주총회 이후에도 한동안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소액주주연대는 여기에 더해 지배주주 및 경영진을 압박하는 차원의 주주제안도 제출했습니다. 이사의 보선을 규정한 정관 제32조에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후보가 주주총회에서 부결돼 이사 3명을 구성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정관 제27조2~5항, 초다수결의제 규정에도 불구하고 해당 주주총회에서 주주가 제안한 이사후보가 주주총회 발행주식총수 4분의 1의 참석과 주주총회 출석의결권의 과반수를 득표하면 이사로 선임된 것으로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겁니다.

이는 이사회에서 추천한 이사 후보자가 부결돼 이사 3명을 구성하지 못할 경우,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이사 후보자가 정관 제27조의 적용을 받지 않고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출석과 과반 찬성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하는 건데요. 소액주주들이 힘을 모아 이사회 추천 이사 후보자를 부결시키고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 후보자를 선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차원입니다. 초다수결의제라는 걸림돌을 넘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거죠.

다만, 소액주주연대 측은 당장 이번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기존 사내이사의 재선임에 반대하진 않을 방침입니다. 실제 이번에 임기만료로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는 윤태영 대표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혔죠. 

현 지배주주 및 경영진을 지지하지만,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 마련 등은 꼭 필요하다는 게 소액주주연대 측 입장입니다. 아울러 초다수결의제를 정관에서 삭제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점진적인 행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죠.

당장은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울지 몰라도, 오스코텍에 대한 주주행동은 아직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는 초다수의결제를 둘러싼 논란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드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오스코텍 ‘주주총회 소집공고’ 공시
2023. 3. 7.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소액주주연대 측, 오스코텍 관련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 공시
2023. 3. 1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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