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한세예스24그룹의 지주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는 지난 11일 공시와 함께 한세실업에 대한 공개매수에 착수했습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한세예스24그룹의 지주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는 지난 11일 공시와 함께 한세실업에 대한 공개매수에 착수했습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세예스24그룹의 지주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는 지난 11일 핵심 계열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한세실업에 대한 ‘공개매수 신고서’와 ‘공개매수 설명서’를 공시하고 공개매수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공개매수 기간은 이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22일간이며, 공개매수 가격은 1만8,650원으로 제시됐습니다. 최대 매수예정수량은 321만7,150주이고, 공개매수 성립을 위한 최소수량은 따로 두지 않은 모습입니다.

공개매수란 무엇인가요?

경영권을 누가 쥐고 있느냐는 그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기업가치, 그리고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죠. 따라서 최대주주를 비롯한 대주주들의 지분 변화 역시 주가를 크게 뒤흔들 수 있는 무척 중요한 사안인데요.

때문에 현행 증권거래법은 특별관계자를 포함한 보유 지분이 5% 이상이거나 매수를 통해 5% 이상이 되는 경우, 6개월 이내에 10명 이상으로부터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선 공개매수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주주의 지분 변동 절차를 투명하게 하는 한편,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죠.

이 같은 공개매수는 최근 주식시장의 화두로 거듭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사모펀드의 오스템임플란트 인수 및 자발적 상장폐지 추진에 공개매수가 활용됐고,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도 공개매수 경쟁이 펼쳐졌죠.

다만, 한세실업에 대한 공개매수는 목적 측면에서 두 사례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공개매수에 나선 주체부터 최대주주이자 그룹 지주사죠. 경영권 변화나 분쟁과는 무관한 공개매수인 건데요.

한세예스24홀딩스가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한세예스24홀딩스는 이번 공개매수의 목적에 대해 “대주주로서 책임경영 강화와 최근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요건 강화 추세에 맞춘 선제적 지분확보에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 한세예스24홀딩스가 꺼내든 공개매수 카드는 크게 두 가지 효과로 이어지게 될 전망인데요.

먼저, 한세실업 주가부양입니다. 한세실업은 최근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4월 장중 한때 2만9,5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이후 뚜렷한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이달 들어서도 1만5,000원대 머물러 있었죠. 증권가에서 제시하는 목표주가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대체로 아래를 향했습니다. 이는 특히 한세실업의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1.8% 증가해 사상 첫 2조원을 돌파하는 등 실적 호조를 보인 것과 뚜렷한 대비를 이뤘죠.

이러한 흐름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세실업은 글로벌 의류브랜드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의류를 제조하는 OEM업체입니다. 따라서 환율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한세실업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에도 달러 강세 영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강세를 보였던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한세실업의 주가는 하락세를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최대주주의 지분 확대는 통상 주가 상승 요인으로 여겨집니다. 현재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이는 공개매수의 경우 더욱 그렇죠. 이번 공개매수 가격은 직전일인 지난 10일 종가 대비 15.05% 높게 책정됐습니다. 직전 1개월 가중산술 평균주가(총 거래금액을 총 거래량으로 나눈 가격)에 비하면 19.08% 높고요.

실제 한세실업 주가는 공개매수 추진이 발표된 지난 11일 장중 한때 전일 대비 11% 올랐고, 종가 역시 8% 상승했습니다.

또 다른 효과는 한세예스24홀딩스의 한세실업 지분 확대입니다. 특히 한세예스24홀딩스는 주가가 다소 하락해있는 시기에 계열사 지분을 늘리게 되는 건데요.

다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진짜 의도’에 물음표가 남습니다. 한세실업의 최대주주인 한세예스24홀딩스는 이미 충분한 지배력을 확보 중입니다. 42.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56.66%에 달합니다. 

공개매수가 최대 예정치를 달성할 경우, 한세예스24홀딩스는 8.04%의 지분을 추가 확보하게 되는데요. 이때 한세예스24홀딩스 자체 지분은 50.49%로 과반을 넘게 되고,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도 64.68%로 높아집니다.

그런데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지분을 상장사의 경우 30% 이상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이미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죠. 한세예스24홀딩스 측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요건이 강화되는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아직 이렇다 할 규정 강화 움직임은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자발적 상장폐지를 노리는 것도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기엔 공개매수 규모가 작죠. 한세예스24홀딩스 역시 “현 단계에서 공개매수 이후 자발적 상장폐지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고요.

거론되는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특별결의 요건 확보가 있습니다. 특별결의 통과를 위해선 전체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필요한데요. 한세예스24홀딩스가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하게 되는 지분은 이에 근접합니다. 물론 이 역시 어떠한 특별결의를 추진할지 등은 의문으로 남습니다.

무엇보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이번 공개매수 추진에 필요한 600억원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했습니다. 즉, 빚까지 내서 공개매수를 통한 자회사 지분 확대에 나서는 건데요. 한세예스24홀딩스의 이번 공개매수가 어떤 변화와 결과를 가져올지, 이를 통해 어떤 목적이 드러나게 될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세예스24홀딩스, 한세실업 관련 ‘공개매수 신고서’ 공시
2023. 4. 1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세예스24홀딩스, 한세실업 관련 ‘공개매수 설명서’ 공시
2023. 4. 1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세예스24홀딩스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 공시
2023. 4. 1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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