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한세엠케이는 지난 7일 ‘주주총회소집결의’ 정정공시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자를 교체했습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세예스24그룹의 패션부문 계열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한세엠케이는 지난 7일, ‘주주총회소집결의’를 정정공시했습니다. 지난달 23일 처음 공시했던 내용에 변동이 생긴데 따른 겁니다. 정기 주주총회 안건 중 하나인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당초 이름을 올렸던 후보자가 사임한 것이죠. 이에 이번 정정공시에서는 그를 대체할 새로운 사외이사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정정공시인데요. 보다 깊이 들여다보면 여러모로 눈길을 끕니다.

한세엠케이의 사외이사 후보자 교체가 흥미로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사임한 사외이사 후보자를 살펴보겠습니다. 신세계그룹의 패션부문에서 오랜 기간 요직을 거치고, 현재는 신세계인터내셔날 경영고문으로 있는 손문국 고문입니다. 신세계 상품본부장 부사장과 신세계인터내셔날 국내패션부문 대표를 역임했으며, 2021년 연말 인사 당시 퇴임을 결정하고 지난해 3월 정식으로 물러난 뒤 고문을 맡고 있죠.

그런데 그를 대체하는 새로운 후보자 역시 신세계그룹 출신입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장 강남점장, 대구점장, 의정부점장 등을 지내는 등 마찬가지로 요직을 지냈습니다.

즉, 신세계그룹 출신의 기존 사외이사 후보자가 물러나면서 그 자리를 또 다른 신세계그룹 출신 후보자가 대체한 건데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한세엠케이는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또 다른 신세계그룹 출신 인사인 조태현 전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장을 사외이사로 둔 바 있습니다. 1년의 공백을 두고 신세계그룹 출신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나섰다가 후보자가 사임하자 또 다른 신세계그룹 출신 인사를 후보자로 대체한 겁니다. 이쯤 되면 한세엠케이가 사외이사 후보자를 선정하는데 있어 남다른 기준을 두고 있는 건 아닌지 물음표가 붙습니다.

이러한 물음표는 다른 사외이사 및 사외이사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더 커집니다. 한세엠케이의 현재 사외이사진은 △제일모직 패션부문 출신인 유석준 사외이사 △롯데그룹 유통부문(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출신인 박호성 사외이사로 구성돼있습니다. 지난 7일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난 최경 전 사외이사도 롯데백화점에서 오랜 경력을 쌓고 롯데GFR 본부장까지 지낸 인물이죠. 

박호성 사외이사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재선임될 예정입니다. 유석준 사외이사는 임기가 종료되죠. 그런데 또 다른 신규선임 후보자 중엔 삼성그룹 제일모직 출신도 있습니다. 빈폴 사업본부장을 지내는 등 제일모직에서 오랜 경력을 쌓고 이후 화승 대표이사를 지낸 김건우 전 대표입니다.

기간을 더 넓혀 지난 수년간 한세엠케이 사외이사 자리를 거쳐 간 인물들을 살펴보면 롯데백화점 출신의 윤정호 전 사외이사와 롯데백화점 출신이자 AK플라자 대표이사를 지냈던 서광준 전 사외이사도 있습니다.

이처럼 한세엠케이의 전현직 사외이사 및 사외이사 후보자가 몸담았던 제일모직과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등은 한세엠케이와 동종업계일 뿐 아니라 직간접적인 경쟁관계에 있기도 합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경우 유통부문에서 높은 위상을 지닌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하죠.

한세엠케이의 이 같은 사외이사 선임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동종 또는 유사업계 출신 인사의 전문성을 높이 사는 한편, 그들을 통해 어떠한 노하우 등을 얻어내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이들이 사내이사가 아닌 사외이사라는 점입니다.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와 역할 중 하나는 경영진 및 최대주주에 대한 감시·견제입니다. 이를 통해 일반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사외이사 제도의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외이사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해당 업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도 요구됩니다. 하지만 행여 또 다른 경영상의 목적에서 사외이사 자리를 활용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경영상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면 이들을 사내이사 혹은 고문으로 영입하고, 사외이사는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하는 것이 ‘정도’일 겁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세엠케이 ‘주주총회소집결의’ 공시
2023. 3. 7.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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