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서 추진 중인 국제 컨퍼런스에 불참을 통보했다. 사진은 한국노총이 지난달 개최한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서 추진 중인 국제 컨퍼런스에 불참을 통보했다. 사진은 한국노총이 지난달 개최한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정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파탄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경사노위에서 개최하는 국제 행사에 양대노총 모두 불참할 전망이다. 노정갈등 악화로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경사노위가 존재의 의미를 잃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된다.

◇ 한국노총 “경사노위 국제 컨퍼런스는 ‘답정너’”

지난 3일 한국노총은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 기구 출범 25주년을 기념해 추진 중인 국제컨퍼런스에 불참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행사는 다음달 11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국제노사정기구 연합 이사회와 함께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가 준비 중인 국제 컨퍼런스를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즉 답이 정해져있다는 의미의 은어)’로 규정했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노동개혁을 정당화하는 국제 컨퍼런스에 불과할 뿐 아니라, 이를 다시 노동개혁의 명분으로 삼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노총은 “노동시장이중구조개선연구회와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 자문단에서 논의되고 있는 의제를 주제로 기획된 토론회 행사추진은 노동계를 무시하는 처사이고, 그 취지의 정당성과 명분도 없다”며 “노정·노사관계의 갈등을 조장하고 사회적 대화의 불신을 키우는 경사노위의 행보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로써 경사노위가 추진 중인 국제 컨퍼런스는 양대노총 모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출범 이듬해인 1999년 2월 탈퇴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양대노총은 이번 국제 컨퍼런스에 축사 영상을 보낼 예정인 베라 퍼퀴테 퍼디가오 ILO 거버넌스 및 삼자주의 국장과 ILO 관계자들에게 서면으로 ‘한국 경사노위 국제 콘퍼런스에 대한 한국 노동계의 입장’을 전달했다. 여기엔 “이번 행사는 한국의 노동계가 결사반대하고 있는 정부 주도의 노동개악을 이행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노동계가 배제된 채 친정부 인사로 구성된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에 대한 연구회 및 자문단에서 논의되고 있는 의제를 중심으로 기획됐다“고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처럼 경사노위가 파국 조짐을 보이면서 노정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노정갈등으로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경사노위가 오히려 존재의 의미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는 앞서도 합의점을 찾기보단 극심한 갈등에 휩싸이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다만, 문재인 정부 시절 주 52시간제의 보완책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비롯해 여러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최근에도 지난달 중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도출해 발표한 바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국노총, 경사노위 국제컨퍼런스 불참 통보
2023. 4. 3. 한국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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