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등 대표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대통령직속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 참여 중단 및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등 대표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대통령직속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 참여 중단 및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경찰이 고공농성 중이던 한국노총 간부를 진압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유혈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노동계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윤석열 정부의 퇴진 운동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여당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는 모양새를 보이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조짐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7일 전남 광양 지역지부 회의실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6년 경사노위 불참 선언 이후 7년 5개월 만에 대화 창구를 닫아 버린 것이다. 경사노위는 주요 노동정책 등에 대해 노동계와 사측, 정부가 입장을 조율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의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지난 1999년 민주노총이 탈퇴한 데 이어, 한국노총까지 참여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한국노총은 이번 사건이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드러낸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 69시간으로 대변되는 노동시간 문제, 회계 투명성 문제, 국고 보조금 관련 중단 문제 등이 있을 때도 한국노총은 인내하고 참아왔다”며 “그런데 고공농성에 나선지 하루만에 (노동자를) 유혈 진압을 하는 상황을 봤을 때 과연 대화의 상대로 인정을 하느냐 이런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가 노동계를 향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대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경사노위 ‘탈퇴’가 아닌 ‘참여 중단’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여지는 남겨뒀다. 류 사무총장은 “‘굴복하라’ 또는 ‘받아들이라’는 형태의 대화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이러한 부분이 지속된다면 경사노위 탈퇴뿐만 아니라 더한 것도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전면적 심판 운동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 ‘불법 시위 강경 대응’ 원칙 고수하는 여권

한국노총의 경우 민주노총과는 달리 온건 노선을 걷는다는 평이 많았다. 그간 여권이 노동계와의 대화의 창구로 한국노총을 활용해 왔다는 점도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이번 유혈 사태를 계기로 사실상 정부에 등을 돌리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국민의힘 내에서도 우려스러운 반응은 새어 나온다. 정부의 ‘노동 개혁’의 추진 과정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여권의 난처한 상황을 틈타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노동계를 끌어들이고 나섰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이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한국노총 등 노동계와 긴밀히 대화하면서 경사노위 참여의 불씨를 살려 나가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원내대표는 이러한 경사노위 정상화가 불발될 경우 ‘새로운 협의 채널’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여당 내에서도 정부가 한국노총을 포용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조금 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총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정부가 조성해줘야 될 것”이라며 “일단은 대화를 해야 되니 정부가 좀 더 유연한 자세로 전향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당내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과 여당은 ‘원칙’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가 노총의 ‘불법적 행위’로 기인한 것인 만큼, 경사노위 불참 등 압박이 변수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면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불법 집회 시위는 계속 방치해둬야 한다는 건가”라며 “노사 모두 법치주의를 확립하자는 게 노동 개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엄정한 법집행, 노사법치, 노조 투명성 등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원칙이 이런 불법적 시위 문제로 영향 받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하게 말씀 드린다”고 설명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경사노위를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에는 경사노위 판을 새로 짜야 된다”며 “민노총, 한노총을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노동계를) 독점하는 구조는 지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노동 구조가 정규직 중심에서 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 등으로 다변화 된 상황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다만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을 만나 이와 관련해 “아직 협의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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