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둘러싼 여야의 소모적 정쟁이 그칠 줄 모르는 형국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질의에서도 여야는 의혹 규명보다는 정치적 책임 돌리기에 급급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키운 것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대처’에 있다고 지적한 반면, 원 장관과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괴담 선동’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현안질의에 나섰다. 원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키운 것이 원 장관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4일 국토부가 해당 자료 일체를 공개한 것도 ‘대국민 거짓말’, ‘정치 쇼’라고 규정했다. 자당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는 제대로 응하지 않은 채 이 같은 행동을 한 점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부 공개’라고 했지만, 해당 자료가 조작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 국토위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이날 “핵심적인 의혹을 규명할 중요한 문건은 공개에 빠져있다”며 “그나마 공개한 자료도 국토부가 편집,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했다. 국토부가 공개한 ‘과업수행계획서’에 종점 변경 관련한 부분이 빠져 있을 뿐만 아니라, 예비타당성 평가 내용 검토 부분은 통째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세는 이번 사안을 악화시킨 사람이 원 장관에게 있다는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의혹이 제기됐을 경우, 장관은 국민들에게 이를 설명해야 함에도 ‘전면 백지화’ 선언을 하는 등 정치적으로 접근한 태도가 잘못됐다는 취지다. 유튜브 채널과 방송 등을 통해 민주당에 대한 공세적 태도를 취한 것도 문제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전체적인 태도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 ‘민주당 책임’ 몰아붙인 원희룡

민주당의 공세에도 원 장관은 굽히지 않았다. 자료 제출 고의 거부와 조작 등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전부 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열다섯 차례 설계를 가지고 회의한 부분에 대해 보고서가 없다는 게 대표적 사례인데, 보고서 작성 없이 도면만 놓고 구두 회의를 했기 때문에 없다고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 누락에 대해선 “(실무자가) 자료가 워낙 방대하고 단기간에 작업을 하다 보니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했다)”며 “필요하다면 자료를 담당했던 저희 직원을 이 자리에 나와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업 전면 백지화 선언에 대해 그는 “최악을 막기 위한 차악”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7월 초부터 강득구 (민주당) 의원과 전 민주당 양평군수가 명백히 거짓말을 하고 그것을 가지고 여러 위원들이 함께 기자회견을 하는 걸 보면서 ‘이제는 프레임으로 가는구나’ (생각했다)”며 “그렇게 몰고 가는 게 되풀이되는 것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득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설명할 때는 귀를 닫고 무조건 특혜라고 몰아붙이지 않았나”라고 날을 세웠다.

원 장관은 사실상 이 사안에 대한 총체적 책임이 민주당에게 있다며 몰아붙였다. 민주당의 사과 요구를 일축한 그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모든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이해찬 전 대표가 난데없이 특혜 의혹을 들고나온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이재명 대표가 이 부분에 대해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 가면서 사실상 지시를 해왔기 때문에 그렇다”며 “사과를 한다면 이 사태를 이렇게 거짓 선동으로 몰고 왔던 민주당 전·현 대표 두 분부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거짓 선동이 중단되면 언제든 (사업은) 정상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여야의 신경전은 이후에도 지속될 조짐이다. 당장 민주당은 이날 현안질의 중에도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국정조사’라는 피켓을 걸고 국정조사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여당은 국민 의혹을 거짓 선동, 괴담 운운하며 사업을 볼모로 잡지 말고 당당히 국정조사에 응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반면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후 기자들을 만나 “단순히 정쟁을 위한 주장에 불과하다”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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