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야당과의 대결에 전면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공격수를 자처하는 이들의 행보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야당과의 대결에 전면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공격수를 자처하는 이들의 행보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정부의 장관들이 여야 대결에서 전면전에 나서고 형국이다.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공세에 오히려 야당의 ‘문제’를 지적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공세를 온몸으로 막아서고 있다보니 여당 내부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국정을 운영하는 국무위원으로서 지나치게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대해 정치권 곳곳에선 우려가 나온다.

27일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발단은 전날(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였다. 이 자리에서 두 장관은 민주당의 공세에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을 겨냥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야당과 장관의 감정싸움도 벌어졌다. 

국회 법사위에서 한 장관과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설전을 벌인 게 대표적인 장면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인 최모씨의 판결 관련 질의에 대해 한 장관은 “민주당처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번복하기 위해 사법시스템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이 재판 내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임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의 이 전 부지사 장소변경접견 신청과 관련해 “사법 방해이자 스토킹”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한 장관의 발언은 박 의원의 심기를 건드렸다. 박 의원은 “‘최’자를 물었는데 왜 ‘이’자로 대답을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소리 지르는 데가 아니다. 목소리 낮춰서 하시라”며 “제가 여기 의원님 훈계 들으러 온 거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날이 선 분위기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질의 대목에서도 이어졌다. 박 의원의 질의에 한 장관은 “의원님 댁 앞에 갑자기 고속도로가 바뀌면 수사를 해야 하는가”라며 “어떤 압력을 가했다는 제보라든가 양심선언이든가 비슷한 정도의 단서라도 있어야 수사를 하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야당과 장관의 공방은 국회 국토위에서도 이어졌다. 원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관련 민주당의 ‘사과’ 요구에 “이 모든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이해찬 전 대표가 난데없이 특혜 의혹을 들고나온 것”이라고 몰아 붙였다. 이어진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 과정에서도 “설명할 때는 귀를 닫고 무조건 특혜라고 몰아붙이지 않았나”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아울러 “법을 위반했으면 탄핵하라”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 공격수 자처하는 장관에 우려도

이들의 태도는 민주당의 반발을 불러왔다.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다른 상임위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유독 한 장관의 답변과 관련해선 그런 면들이 좀 있다”며 “그분 입장에서도 답변의 태도가 계속 저런 게 본인한테도 얼마나 좋을까”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원 장관은 합리적으로 해명을 하러 나온 게 아니라 야당과 싸우기 위해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고 했다.

전날 상임위가 이들의 ‘공격 본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이 됐다곤 하지만, 두 장관의 ‘광폭 행보’는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한 장관의 경우 대정부 질문을 비롯해 현안질의 때마다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피하지 않으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원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의 의혹 제기가 시작되자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꺼내 들었다. 민주당의 공세를 ‘괴담’,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자신의 ‘장관직’을 내걸기도 했다. 

이들의 행보를 두고 여당 내에선 내심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자칫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지만, 두 장관이 전면에 나섬으로써 야당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더 수월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행보가 보수 지지층에게는 ‘사이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지난 13일 한 라디오에서 원 장관에 대해 “강성 지지층으로부터는 오랜만에 뼈 때리는 인상적 홈런을 치는 대형 선수가 나온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여당 내에서 내년 총선 때 이들의 역할론이 피어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다만 공격수를 자처한 장관들의 행보는 정치권 곳곳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는 국무위원으로서 통합적 행보가 아닌 진영 대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다. 이는 곧 국무위원 자리를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실현시키는 자리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어떻게 보면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통합적 개념을 대변하고 있는 사람들 아닌가”라며 “여야 진영 대결에 편승해서 자기 정치를 극대화하는 모양새는 우리 정치의 민낯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원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상대방은 국민의 대표다. 그러니 아무리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하더라도 답변하는 태도는 정중해야 한다”며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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