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폭염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이 폭염실태 설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뉴시스
2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폭염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이 폭염실태 설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정현환 기자  출근한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식구들의 심정은 어떨까. 무더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해 일터에서 쓰러져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계속되는 폭염에 야외 노동자 안전과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고용노동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18∼22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산재는 152명이며 이 중 2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6~8월에 발생하기 시작해 7~8월에 집중됐다. 업종은 건설업이 79명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6월 19일 폭염으로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29살 청년이 사망했다. 당일 낮 최고 기온은 35℃. 망인의 아버지 김길성 씨는 7월 3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망인이 폭염 속에서 하루 4만 3,000보를 걸었다”고 밝혔다. 3시간마다 15분씩 쉬기로 되어있지만 바빠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망인의 사인은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발생한 폐색전증이다.

◇ 애매모호한 ‘법’이 문제

법으로 노동자의 ‘휴식권’을 명시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66조(휴식 등)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하여 열사병 등의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적절하게 휴식’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휴식’의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기준안도 그렇다. 폭염 특보 시 1시간에 10~15분 쉬고 옥외 작업을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권고는 법률상으로 상대방을 구속하는 구속력은 없다. 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시간이 돈인 노동자에게 휴식권은 무용지물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의 온열질환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민주노총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폭염 대책과 관련해 올해와 작년, 재작년에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데 아무것도 나아지는 게 없고 그때만 반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8월에 국회 임시회의에서 발의된 법안이라도 진정성 있게 논의해서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국회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사업주가 폭염과 한파로 인한 재해에 대비한 예방조치와 이러한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휴게시간 확대 부여 등을 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2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폭염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건설노조 조합이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 뉴시스
2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폭염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건설노조 조합이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 뉴시스

◇ 작업중지권이 핵심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 2일 오전에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 현장 폭염기 온열질환 사망재해는 예고된 죽음이다”며 “정부에서 보내는 폭염 시 야외활동 자제에 대한 안전 문자를 분명히 건설업계 관리자들도 받았을 텐데 건설 현장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자들은 일이 끊겨 굶어 죽을까 봐 ‘작업 중지’를 입에 올리지 못하게 됐다”며 “폭염 대책이 ‘권고’에 불과하다. 매년 허울뿐인 폭염 대책으로 일관하는 고용노동부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 현장 옥외작업 온열질환 사망재해는 고용노동부의 미필적 고의가 빚은 참사다”며 “건설 현장 폭염기 온열질환 사망재해는 예고된 죽음이다. 우리는 더 이상, 죽을 수는 없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노동부령을 개정하라. 폭염 대책을 법제화하라”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 6일 폭염으로 산업현장에서 온열질환 발생 우려가 커짐에 따라 중·소사업장을 중심으로 이동식 에어컨(국소 냉방장치)과 그늘막 등의 온열질환 예방 품목 지원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보도자료 내고 온열질환 품목을 지원하겠다는데 당장 쿠팡 물류센터만 가도 그 큰 사업장에 에어컨이 없다. 선풍기 틀어 놓고 일한다”며 “이런 상황에 지원하는 게 한계가 명확하다. 단순하게 신청하면 노동부가 지원하는 게 아니라, 더워서 노동을 할 수 없는 조건이면 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보편적 인식에 맞게 법과 제도가 그것을 따라가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며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사람이 쓰러진 다음에 처벌하는 게 아니라, 사업주의 예방과 안전 활동 강화 의무를 지워줘야 한다. 폭염 속 온열질환 노동자 대책도 지극히 상식적인 부분에서 다뤄지고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에 명시되어 있는 작업중지권(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는 권리)이 핵심이다”며 “사용자 입장에서 이를 남발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난색을 보이지만, 벌어지지 않을 일에 대해서 과도하게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부분이 문제다. 폭염 속에서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고용노동부가 방안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작업중지권 관련 법안은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폭염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이 폭염실태 설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뉴시스
2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폭염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이 폭염실태 설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뉴시스
근거자료 및 출처
고용노동부 고양고용노동지청
https://www.moel.go.kr/local/goyang/news/notice/noticeView.do?bbs_seq=20230600088
2023. 6.1. 고용노동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https://www.imbc.com/broad/radio/fm/look/interview/index.html?list_id=7211012&list_use=1&bbs_id=focus03&page=2
2023. 7.31.  MBC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 약칭: 안전보건규칙 )
https://www.law.go.kr
2023. 7. 1.  국가법령정보센터
고용노동부 정책자료실
https://www.moel.go.kr/policy/policydata/view.do?bbs_seq=20230501590
2023. 5.30.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홍영표 의원 등 12인)
https://likms.assembly.go.kr/bill/billDetail.do?billId=PRC_U2S3O0O7N2N0M1K1L0T5T4S5Q6R9P2
2023. 7.26. 의안정보시스템
고용노동부

https://www.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news_seq=15352

2023. 8.7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수진 의원 등 10인)

https://likms.assembly.go.kr/bill/billDetail.do?billId=PRC_U2T3C0A4J0G5E0N9M4L9K3G8F0N1L5

2023. 4.11 의안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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