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는 지난 12일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거센 질타를 받았다. / 뉴시스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는 지난 12일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거센 질타를 받았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6월 발생한 20대 근로자 사망사고로 파문에 휩싸였던 코스트코코리아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았다. 사과의 뜻을 뒤늦게 공식 밝히기도 했으나, 공식적인 사과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개선 의지를 보이기보단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하며 위증 지적까지 받은 모습이다. 

◇ 울분 토한 유족… 지지부진 단체협약 지적도

지난 12일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는 지난 6월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발생한 20대 근로자 사망사고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를 향해 사망사고 당시 고인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언급하며 “폭염 속에서도 체온을 낮출 수 있는 환경들이 있었다면 사망사고까지 이르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드나”라고 물었다.

이에 조민수 대표는 “우선 돌아가신 직원에 대해서 가족 분들을 뵙고 말씀드렸던 것처럼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말씀주신 것들과 다른 부분들이 상당히 있다”고 답했다. 이어진 질의에서도 조민수 대표는 “직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안전을 계속해서 담보해나가고, 확실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한 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사망사고 이후 제기돼온 열악한 근무여건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노조와의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은 “국내 대형마트는 모두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코스트코코리아는 노조가 설립된 지 3년이 지나도록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고 있다”며 “코스트코코리아는 ‘노조가 사원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충분한 혜택을 주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단결권과 교섭권을 부정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인 단체협약도 없기 때문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돌아가신지 몇 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지금 나와서 하는 말이 개선할 게 있으면 하겠다고 한다. 무얼 개선할지 지금도 모른다는 것 아닌가.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너무나 분노가 솟구치고 있다”며 “코스트코는 지금 한국 노동자들을 쓰다 버리면 되는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건 아닌지 생각 든다. 코스트코코리아와 조민수 대표는 여기서 사과할 것이 아니라 진짜 직원들한테, 가족들한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단체협약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민수 대표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의원으로부터 날선 질타를 받기도 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민수 대표에게 단체협약을 체결한 적이 있는지 반복해서 묻자 조민수 대표는 “진행하고 있다”며 똑같은 답변을 거듭했고, 이에 노웅래 의원은 “지금 말장난하는 거 아니지 않나. 한 적이 있느냐고 묻지 않느냐”고 다그쳤다. 조민수 대표는 그제야 “완료한 적 있느냐고 물으신 거냐. 체결은 한 적 없다. 진행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시간엔 고인의 형이 직접 참고인으로 발언대에 섰다. 그는 “동생이 사망한지 116일이 지난 지금까지 회사에서는 단 한 번의 연락도 없었다”며 “이에 미국 코스트코 본사 회장에게 직접 여러 차례 메일을 보냈는데, 한 달 만에 답장이 왔다. 그런데 그 답장 내용도 너무나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코스트코코리아 측이 사망사고 이후 CCTV 영상이나 서류 등의 요청에 비협조적이었으며 조민수 대표가 빈소에 찾아와 다른 직원들에게 동생이 평소 아프지 않았는지, 병을 숨기고 입사한 것은 아닌지 말한 것을 분명히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때 그는 조민수 대표를 향해 동생의 사진을 꺼내 보이며 “눈 시퍼렇게 뜨고 그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나. 동생 앞에서 그때 했던 말 똑같이 해보라”고 울분을 토했고, 조민수 대표가 위증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성준 의원은 코스트코코리아의 산재 인정 수치가 해마다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다른 대형마트와 비교했을 때 종업원 수 대비 산재 비율이 3~4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넉 달여가 지난 시점에 진행된 국감에서도 코스트코코리아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20대 청년의 죽음을 둘러싼 후폭풍은 더욱 거세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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