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해 출석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해 출석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비회기 영장청구’ 주장에 국민의힘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장기화 될수록 정국 주도권은 물론 내년 총선까지 유리할 것이란 계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민주당의 주장이 사실상 당내 갈등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로 보고 공세의 날을 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21일 민주당의 비회기 영장청구 주장에 대해 맹공을 쏟아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을 논의해서 결정하는 국회 운영을 마치 자신들의 당리당략에 맞추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너무나 당연하게 행동하고 있는 제1야당의 역대급 후안무치가 놀라움을 넘어 내로남불이 탄성을 자아내게까지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한 일상생활을 위한 대책 마련과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당과 야당이 시급히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에 야당이 사법리스크 최소화 궁리에 매몰돼 국회를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비회기 영장청구 주장은 지난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 검찰에 출석한 이 대표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이 대표는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이라고 지적하며 “회기 중 영장을 청구해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꼼수는 포기하고 당당하게 비회기 때 청구하라”고 했다.

당에선 구체적인 안도 내놨다. 8월 임시국회를 오는 25일까지로 마무리 짓고, 오는 26일부터 31일까지를 비회기로 남겨두자는 것이다. 비회기 중에는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가 필요 없는 만큼 검찰이 진정 수사 의지가 있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러한 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가 이미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한 만큼, 굳이 비회기를 주장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사법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라는 인식도 다분하다.

김 대표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백화점 물건 쇼핑하듯 자기 맘대로,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때에 영장심사를 받겠다는 특권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고 꼬집은 것은 이러한 인식의 단면이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구속영장이 짜장면인가”라며 “대한민국 사법절차가 아무 때나 시키면 척척 배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 민주당 내부분열 노림수?

명분을 앞세우곤 있지만, 국민의힘으로선 사실상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체포동의안 표결 국면에서 이미 계파 간 갈등이 불거졌던 만큼, 이를 다시금 재연할 수 있다는 기대도 엿보인다. 실제로 민주당은 체포영장 발부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계파 갈등의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9월 영장설’을 앞두고 친명계에서 ‘표결 보이콧’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비명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은경 혁신위에서 제안했던 체포동의안에 대한 민주당의 스탠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지도부의 답변이 있었던 상황”이라며 “그러면 그 말을 번복하자는 말인가를 오히려 좀 확인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번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당연히 약속을 지키는 게 정치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여권은 즉각 ‘이재명 방탄’이라며 날을 세웠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친명계가 이 대표 방탄을 위한 판짜기에 본격 돌입했다”며 “제 발로 당당하게 심사받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지지자들 뒤에 숨어서 방탄 시나리오나 기획하고 있으니, 이 대표의 말은 공언 아닌 허언임이 증명됐을 뿐”이라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결국 결론은 항상 방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야가 8월 임시국회 비회기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의사일정 협의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9월 정기국회 일정은 합의한 반면, 8월 임시국회 일정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오늘 중으로 협의를 공언했지만 이견이 큰 상황이다 보니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국민의힘의 ‘전략’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민주당에 대한 ‘반사 효과’에만 치중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새어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비리에만 기대어 무슨 총선 준비가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타깃이 소멸되면 무슨 대책이 있나”라며 “정권교체 덕은 지난 지방선거 때 특수를 다 누렸는데 별다른 준비도 없이 인재 고갈이 된 수도권 대책은 있나”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