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정부는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의 핵심으로 알뜰폰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나온 정부 발표를 보면 알뜰폰 사업자를 자체 설비를 갖춘 ‘풀MVNO’로 키우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통신3사(SKT, KT, LGU+)의 망을 빌려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이들은 통신설비 구축에 투자하지 않고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 판매를 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해 사업을 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비용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렇게 최소한의 비용을 추구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장기간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가는 설비투자를 권하고 있다.

국내 알뜰폰 시장은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알뜰폰 성장이 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6월 기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은 누적 8,022만8,905회선으로 이 가운데 MVNO(망 재판매)는 18%(1,441만5,170회선)로 나타났다.

휴대폰가입은 6월 기준 누적 5,602만9,884 회선이다. 여기서 MVNO(알뜰폰)는 14%(809만2,627회선)의 비중을 차지했다. 6월 알뜰폰 누적 가입은 지난해 6월(670만8,817회선) 대비 21%가 증가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지난 7월 28GHz 할당 공개토론회에서 “처음에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자체 설비를 갖춘 풀MVNO가 되길 기대했다. 그러나 기업은 최소 비용으로 사업하려 한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들은 단순 망 재판매 서비스를 하는 것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풀MVNO는 과금과 가입자 정보 관리 등에 필요한 자체 전산 설비를 갖춘 사업자다. 설비를 갖추면 알뜰폰 사업자는 고객 소비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는 요금제 출시를 하려면 통신사와 협의해야 한다. 알뜰폰 업계가 자체 요금제를 출시하게 되면 통신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알뜰폰 업계는 정부의 구체적인 투자금 회수 방안이 나오는 것을 전제로 전산 설비 투자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 대책을 보고 자체 설비 구축을 할 것인지를 판단하겠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는 자체설비 보유 사업자, 다량 가입자 보유 사업자가 데이터를 대량 선구매하면 할인 혜택을 준다는 방안을 내놨다. 또한 망 도매대가 산정방식을 다양화하겠다고 했다. 알뜰폰 사업자가 설비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 방안은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또한 도매대와 관련해선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알뜰폰 업계에선 정부 방안이 선언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력이 있는 알뜰폰 사업자로 KB국민은행, 세종텔레콤, 토스모바일, 스테이지파이브 등이 거론되지만 풀MVNO가 되기로 결정할 가능성은 낮다.

사업자들은 설비투자를 하게 되면 저렴한 요금제를 유지하는 것이 부담된다. 통신3사는 5G에 막대한 설비 투자가 들어갔기 때문에 5G 요금 인하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투자비가 회수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알뜰폰은 약정이 없어 이용자가 바꾸고 싶을 때 위약금 없이 다른 사업자로 가입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의 90% 이상이 LTE 요금에 가입한 것으로 집계된다. 알뜰폰 이용자는 통신 속도, 멤버십 혜택 등 뛰어난 통신 서비스를 중시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알뜰폰 이용자는 가격을 기준으로 알뜰폰을 선택했다.

값싼 요금제를 유지할 수 없으면 KB국민은행 등이 설비 투자를 진행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쉽게 다른 알뜰폰 사업자로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 설비 투자를 하는 상황에서 어렵게 확보한 이용자들이 빠져나가는 난처한 상황이 펼쳐질까 우려된다.

알뜰폰 사업자가 자체 설비를 갖춰 통신3사와 실질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한다는 정부 계획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알뜰폰 소비 심리를 고려하면 알뜰폰 사업자들이 설비에 투자할 필요성은 떨어진다.

정부는 새로운 MNO(이동통신망사업자)가 설비투자를 해 통신3사와 경쟁해주길 바라는 것이 적절하다. 현재 제4이동통신사 유치가 수익성이 떨어지는 28GHz(기가 헤르츠)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유치가 무산되더라도 정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는 주파수를 지속 할당 공고해 제4이통사를 추진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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