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뉴시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를 대상으로 망 도매대가 인하 혜택을 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자체설비 보유 사업자와 다량 가입자 보유사업자를 대상으로 망 도매대가를 할인해준다는 내용이다. 이에 알뜰폰 업계에선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설비 보유 알뜰폰 사업자에 도매대가 인하 혜택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통신시장이 통신3사(SKT, KT, LGU+) 위주로 운영돼 경쟁이 정체됐다는 판단으로 지난 2월부터 TF를 설치해 대책을 모색했다. 통신시장에 경쟁을 활성화해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낮춘다는 것이 정책 목표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활성화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자체설비 보유 사업자, 다량 가입자 보유 사업자 등이 데이터를 대량으로 선구매할 경우 도매대가 할인율을 늘려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지난달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정책방안에서 알뜰폰 시장 활성화 비중이 가장 크다”며 “풀 MVNO에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풀 MVNO는 과금 및 가입자 정보 관리 등에 필요한 자체 전산 설비를 갖춘 알뜰폰 사업자를 말한다. 전산 설비를 갖추면 요금제 설계를 알뜰폰 사업자가 할 수 있다.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업자들은 전산 설비가 없어 자체 요금상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국내 알뜰폰 사업자는 자체 전산 설비 없이 통신3사로부터 망을 대여해 통신 서비스를 단순재판매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일정 비율의 통신요금 수익을 통신사에게 주고 있다. 알뜰폰 사업은 온라인 판매가 이뤄지고, 마케팅이 적어 통신3사 대비 값싼 요금제를 서비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알뜰폰 업계에선 서비스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 재판매하는 것을 떠나 자체 요금 상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자체 설비를 갖춘 사업자를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설비 기반 사업자가 나올 수 있도록 세부 방침을 세워주면 경쟁 활성화에 도움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어떻게 할 것이란 내용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알뜰폰 사업자들은 현재 요금제를 출시하려면 통신사에 요청하고 협의해야 한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고객 관리 시스템이 없고 빌링 시스템도 없다”고 말했다. 고객 관리에 대해선 “고객관리는 이통사가 만들어준 영업 전산 포털에서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요금제가 등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알뜰폰 업계 “설비 투자 기대돼”, 통신업계 “규제 없어져야”

업계에 따르면 자체 전산 설비 보유 사업자가 되려면 투자금이 700억원에서 1,000억원 가량 필요하다. 자금력이 있는 사업자들이 설비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선 KB국민은행, 세종텔레콤, 토스모바일, 스테이지파이브 등 자본력이 충분한 사업자들이 많아 자체 설비를 보유한 알뜰폰 사업자가 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투자한 금액을 빠르게 회수할 수만 있으면 누구나 설비 투자를 할 것”이라며 “중소 사업자들은 설비투자를 시도하지 못한다. 중소 사업자들은 현재 방식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자본력이 있는 사업자들이 이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풀MVNO 사업자는 자신의 망을 일부 보유해, 자체 망의 원가를 제외하고 통신사에게 도매대가를 줄 수 있다. 다른 알뜰폰 사업자 대비 값싼 요금제 출시가 가능해진다. 다만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풀 MVNO가 돼도 통신사와 도매대가를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시장 확대를 위해 ‘도매제공의무제도’를 상설화한다. 도매제공의무제도는 지난해 9월 일몰된 바 있다. 이 제도를 근거해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사업자들을 대신해 도매대가를 협상해왔다. 알뜰폰 업계는 이 제도가 없으면 도매대가 협상이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도매제공의무제도가 계속 이어지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전기통신사업법에는 ‘2022년 9월 22일까지 효력을 가진다’라는 도매제공의무제도 관련 부칙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를 현재 SKT에서 KT·LG유플러스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재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간통신사’가 하도록 돼 있다. ‘도매제공의무제도’가 일몰기간이 연장되거나 상설화 결정이 되면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를 확대할 수 있다.

도매제공 의무사업자 확대 정책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며 “의무사업자가 아닌 통신사들도 자율로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망을 제공하고 있다. 자율에 맡겨야 시장이 활성화된다”고 밝혔다. 이어 “규제를 강화해서 경쟁 활성화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정부 발표에 알뜰폰 업계는 사업이 확대될 것을 기대하는 반면, 통신업계는 정부 규제가 점점 과도해진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매대가 인하뿐만 아니라 도매제공 의무사업자 확대 정책까지 발표돼 통신업계의 고민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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