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정부는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방안으로 제4이동통신사를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나온 주파수 할당 계획을 보면 통신3사와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정부의 주파수 할당 방안은 28GHz(기가헤르츠) 생태계의 기반을 만들어줄 사업자를 찾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요소는 부족해진 상황이다.

제4이통사란 통신3사의 시장 점유율에 위협을 줄 수 있는 MNO(이동통신망사업자)로 이해된다. 그러나 정부의 현재 계획대로면 28GHz 생태계가 활성화될 때까지 신규사업자는 통신3사의 망을 빌려서 통신 서비스를 하게 된다. 추가적인 주파수 할당이 없다면 신규사업자는 사업초기 MNO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

신규사업자는 구축해 놓은 기지국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을 시점까지 제4이통사라고 불리기는 어렵다. 신규사업자는 전산망을 갖춘 풀MVNO라고 한동안 불리게 될지 모른다. MNO로 역할을 못하면 제4이통사라고 정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제4이통사 정의가 법에 나와 있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다른 주파수들을 추가 할당하지 않는 것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도 신규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 있다. LTE 서비스를 위해 전국망을 구축하는 것도 수조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투자 부담을 덜기 위해 다른 주파수를 할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8GHz에 진정성 있게 투자하고 생태계를 살려가는 모습을 보이면 사업계획서 등을 고려해 중대역 주파수를 추가 할당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전국단위 할당기준으로 28GHz 기지국을 6,000대 구축하도록 했다. 망 구축 의무를 다해야지만 다른 주파수를 할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정부는 신규사업자가 28GHz 망을 갖추고 통신3사에게 도매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수익모델이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 이 주파수를 이용 가능한 단말기가 출시되지 않았다. 이에 통신3사는 망 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바 있다. 통신업계는 이론상 속도가 LTE보다 20배 빠른 28GHz가 필요한 서비스를 찾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신규사업자가 망 구축 의무를 다하는 동안 정부는 신규사업자에게 다른 주파수로 통신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망 구축 상황을 보고나서 다른 주파수를 할당하는 방식으로는 제4이통사 유치가 어렵다.

“통신3사에게 한 번 속은 적이 있어 다른 주파수를 동시 공급하는 것은 안 된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통신3사와 달리 신규 사업자에게는 가용한 주파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 계획처럼 알뜰폰 사업을 권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통신3사의 알뜰폰 사업은 자회사들이 하고 있다.

제4이통사를 준비하고 있는 미래모바일은 알뜰폰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래모바일은 경쟁력 있는 MNO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하자 과기정통부 측은 정부 예상과 맞지 않아 난감해 했다. 신규사업자가 처음부터 MNO로 등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미래모바일은 다른 5G 주파수인 2.3GHz를 추가 할당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과기정통부는 새로운 MNO를 통신시장에 진입시키는 것보다 국내 28GHz 장비 생태계를 살리는 것을 우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규사업자는 수익모델이 부재한 상태에서 28GHz 기지국을 구축하다가 사업을 포기할 것이 우려된다.

신규사업자 진입은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의 일환이다. 통신3사 중심의 시장에 제4이통사가 생겨나도록 투자를 지원하겠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과기정통부의 주파수 할당 계획에 통신3사 과점 체제를 해소하겠다는 당초 목표가 반영됐는지 의문이다. 최근 케이블TV 업계가 제4이통사와의 이동통신 결합 상품을 원한다고 밝혔다. 케이블TV 업계는 서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이 알뜰폰 결합 상품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통신3사에는 5G(3.5GHz, 2.5GHz)와 LTE(1.8GHz, 800MHz) 등 다양한 주파수가 있다. 제4이통사에게 신호제어 용도로 제한된 700MHz(메가헤르츠) 대역 앵커주파수를 활용해 별도의 사업을 하도록 허용하거나 다른 주파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에게 서비스 가능한 LTE나 5G 용도의 주파수가 있어야 통신3사와 경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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