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개최한 ‘우리나라 통신 요금 수준 바로 알기’ 국회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분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뉴시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개최한 ‘우리나라 통신 요금 수준 바로 알기’ 국회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분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전문가들과 소비자단체들 사이에서 '소비자들이 통신서비스와 단말기를 분리해서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저가 단말기 출시를 늘리도록 제조사를 압박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 요금 분리 고지, 제조사 단말기 가격 압박

11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개최한 ‘우리나라 통신 요금 수준 바로 알기’ 국회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분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용재 한양대 교수는 토론회에서 국내 통신요금은 주요 선진국 대비 평균이거나 그 이하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소비자에게 단말기 할부금과 통신요금을 같이 고지하기 때문에 통신비 부담을 느끼는 정도가 크다고 봤다.

김 교수는 “통신서비스와 단말 비용 분리 고지 등 단말기 관련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통신요금 세부 내역에서 단말기 값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각종 할인을 거친 단말기 값이 어떻게 나왔는지 소비자가 제대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 서비스 요금은 정체됐거나 내려가고 있다. 단말기 가격이 올라서 통신비가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분리 고지는 제조사들의 단말기 가격을 압박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분리공시제 기대감 상승

단말기 가격을 분리해서 보자는 논의가 나오면서 ‘분리공시제’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정부에서 분리공시제를 추진했지만 반대의견에 부딪혀 무산됐다.

분리공시제는 단말기 제조사의 판매지원금과 통신사의 판매지원금을 별도로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12조는 단말기 제조사가 통신사에게 지급한 지원금을 별도로 공시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분리공시제를 위한 ‘단통법’ 개정안들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비자에게 지급된 지원금 가운데 단말기 제조사가 지급한 지원금이 있으면 이를 별도로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단통법’ 개정안에 담았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에 소비자가 위약금을 내야 할 상황에서 제조사가 지급한 지원금을 반환하도록 청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통신사들은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결합해서 판매하고 있는데 각각의 가격을 소비자가 정확히 알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단말기 지원금의 출처를 투명하게 하고 위약금 부과의 공정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방통위는 아직 분리공시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다.

분리공시제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제조사에게 단말기 가격 인하를 요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분리공시제는 제조사가 싫어한다. 지원금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지원금을 주지 말고 단말기 가격을 내리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이 때문에 제조사들이 과거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분리공시제가 시행되면 제조사들이 공시지원금을 주지 않고 유통점에 판매장려금 형태로 주게 될 수 있다. (추가지원금을 넘어가는) 불법 보조금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한국소비자연맹 “자급제 확대 필요”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가계통신비 부담에 있어 단말기 가격이 반영되는 문제를 뺄 수 없다”며 “향후 통신서비스와 단말기를 분리하는 부분에 대한 제도개선이 신속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단말기와 통신이 묶여 판매되기 때문에 값이 싼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불완전판매란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구매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하지 않으면서 무리하게 구매를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분리공시제도 또한 필요하지만 더 큰 개념으로 단말기 시장과 통신서비스 시장을 분리해야 한다”며 “완전 자급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급제 시장이 훨씬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업계에선 단말기 시장과 통신서비스 시장이 분리되면 시장 구조가 크게 달라져 유통점들의 생존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단말기와 통신 시장이 분리되면 분리공시제도를 시행하는 간접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제조사가 마케팅비를 통신사에 주면 통신사가 유통점에 나눠주는 구조다. 소비자단체말대로 변화되면 통신사와 제조사는 각각 자신의 유통망에 마케팅비를 쓰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100만원 가격의 단말기를 50만원에 구매할 수 있으면 제조사가 5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분리공시제도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제조사가 찬성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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