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10일 공개한 ‘이동통신 단말기 할부신용보험 지급 건수와 보험금 지급금액’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가 이동통신 단말기를 구매하는 비용이 9년 사이 41% 증가했다. / 뉴시스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10일 공개한 ‘이동통신 단말기 할부신용보험 지급 건수와 보험금 지급금액’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가 이동통신 단말기를 구매하는 비용이 9년 사이 41% 증가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소비자들의 이동통신 단말기 구매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 단체와 정치권에선 고가의 스마트폰 출시 비중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외와 비교해 국내 단말기 가격이 크게 높은 건 아니다. 저가 단말기 시장 비중이 적어서 나타나는 문제인 것으로 풀이된다.

◇ 박완주 의원 “통신비 부담 원인은 고가 단말기”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아 10일 공개한 ‘이동통신 단말기 할부신용보험 지급 건수와 보험금 지급금액’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가 이동통신 단말기를 구매하는 비용이 9년 사이 41% 증가했다.

소비자들은 2014년 단말기 구매에 평균 62만639원을 사용했다. 단말기 비용은 올해 7월 기준으로는 평균 87만3,597원이다. 이는 단말기 출고가에서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을 제외한 비용이다.

박완주 의원은 10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2%인 것에 비하면 단말기 가격 상승 폭이 크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단말기 할부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보증보험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단말기 할부금 연체자는 약 167만명이다. 이 기간 서울보증보험이 통신사에게 지급한 연체금액은 1조2,000억원으로 규모가 크다.

박 의원은 국내에선 단말기 가격 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려면 외국산 단말기와 중저가 단말기 소비가 확대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완주 의원은 “정부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통신요금 개편을 촉구했지만 주원인은 구매가가 41% 증가한 고가단말기에 있었다”고 말했다.

박완주 의원은 10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2%인 것에 비하면 단말기 가격 상승 폭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주희 기자
박완주 의원은 10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2%인 것에 비하면 단말기 가격 상승 폭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주희 기자

◇ “자급제폰 출시 확대, 추가 지원금 상한선 폐지”

소비자 단체에선 자급제폰 확대를 통해 고가 단말기 위주의 시장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말기 가격이 계속 높아지면 통신요금을 낮추는 노력을 해도 통신비 부담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자급제 단말 보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의 자급제폰 이용률은 90%다. 반면 통신3사(SKT, KT, LGU+) 가입자 가운데 자급제폰 이용률은 15%로 집계됐다.

통신3사 가입자들이 고급 스마트폰을 선호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의 단말기 선택지가 부족한 점도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국내 통신시장에 나온 5G 단말기 유형을 보면 최고 사양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70% 넘게 차지했다. 저가 스마트폰은 5G 단말기에서 20% 정도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알뜰폰 이용이 증가해 자급제폰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통신3사 가입자에서도 자급제 이용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철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은 “자급제폰 비율이 확대되면 새로운 형태의 경쟁이 나타날 것”이라며 “외국산 단말기 확대도 필요하다. 외국산은 애플 하나로 경쟁이 굳어진 상황이다. 다양한 해외 제조사들의 단말기가 국내에 들어오는 게 소비자들한테 좋다. 요금제만 손보는 건 효과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주권은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선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 제정된 ‘단통법’은 소비자들이 같은 단말기 공시지원금을 받도록 했다. 과거에는 유통점마다 지원금이 달랐다. 현행 ‘단통법’은 각 유통점마다 공시지원금의 15% 범위로 단말기 추가지원금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게 허용했다.

추가 지원금 상한선이 소비자가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단통법이 자유시장경쟁을 억압하고 있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철원 소비자주권 팀장은 “단통법이 지원금 상한선을 정해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비싸게 사고 있다. (단통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김경만 통신정책관 “고가 단말 출시 많아, 국내사와 협의 중”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우리나라 통신요금 수준 바로알기’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고가의 단말기 비용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전체 통신비가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가계통신비 부담에 있어 단말기 가격이 반영되는 문제를 뺄 수 없다”며 “통신서비스와 단말기를 분리하는 부분에 대한 제도개선이 신속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단말기 가격 또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국내 출시된 단말기 중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이용자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최신 5G 스마트폰 가격은 한국과 유사한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경쟁력을 갖고 있는 OECD 회원국 가운데서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방통위는 갤럭시Z플립5(256G)의 출고가는 비교 국가들 중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했다.

삼성 갤럭시Z플립5(256G)의 출고가는 139만9,200원인데, 여기에 공시지원금 48만원과 추가지원금 7만2,000원을 빼면 84만7,200원이 된다. 소비자들은 여기에 요금제에 따라 약정 할인을 추가로 받게 된다.

이에 소비자단체에서도 고급 단말기 가격을 낮추라고 하기 보다는 중고폰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며, 저가 단말기 출시 비중을 늘려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은 토론회에서 “국내 단말기 시장에 LG가 빠지고 나서 과점 체제가 됐다”며 “너무 고가의 단말이 집중적으로 나온다. 국내사와 계속 협의 중으로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폰 활성화에 대해선 “연간 중고 단말기 거래 규모가 1,000만대에 이르는 만큼 인증 제도로 이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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