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2021년 이후 통신3사(SKT, KT, LGU+)를 대상으로 단말기 불법 보조금 지급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어 불법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뉴시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2021년 이후 통신3사(SKT, KT, LGU+)를 대상으로 단말기 불법 보조금 지급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어 불법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통신시장에서 단말기 불법 보조금이 만연하다고 지적하고, 이를 통신비 부담 완화에 쓰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현행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은 제조사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해당 방안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 소비자주권 “통신3사 불법 보조금 1,150억원 규모”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1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2021년 이후 통신3사(SKT, KT, LGU+)를 대상으로 단말기 불법 보조금 지급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주권은 단말기 유통시장에서 불법 보조금이 더욱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은 방통위가 지난 2021년 통신3사를 ‘단통법’ 위반 행위로 제재한 심결서를 근거로 불법 보조금 규모를 추정했다.

소비자주권에 따르면, 통신3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한 불법 보조금은 2021년에 1,150억원 규모다. ‘단통법’은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구매할 때 같은 공시지원금을 받도록 하고 있다. 유통점은 이 지원금에 더해 소비자에게 공시지원금의 15% 범위 내에서 추가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

지원금으로 인해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단통법’이 규정한 추가지원금 상한선을 넘게 지원금을 지급하면 불법이 된다. 단말기 유통업계에선 ‘단통법’이 소비자가 저렴하게 구매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삼성 등 제조사가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을 다수 출시하면서 단말기 가격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유통업계에선 소비자가 단말기를 구매하게 하려고 추가 지원금을 벗어나서 지원금을 주는 일이 만연하다.

온라인을 통해 불법 보조금으로 단말기를 판매하는 유통점들도 상당한 실정이다.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각 지역의 시세 자료를 보고 해당 유통점을 방문하게 된다.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불법인 것을 알고도 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은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해당 지원금을 단말기 가격 인하와 통신비 인하에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주권은 “(소비자주권이 분석한) 불법 보조금 규모를 고려할 때 단말기 가격 및 통신비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김한기 소비자주권 정책실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불법 보조금이 만연해 추가 지원금 상향 논의가 의미가 없다”며 “‘단통법’은 소비자 차별을 막기 위해 제정됐지만 효과를 내지 못했다. 지원금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잘하는 소비자에게 불법 보조금이 몰리고 있다. 이 지원금을 차라리 통신비를 인하하는 데 쓰자”고 말했다.

소비자주권은 불법보조금을 근절하기 위해 통신3사의 단통법 위반행위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주권은 “통신시장에서 불법행위가 횡행하고 있어 이용자 보호를 위한 방통위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 소비자단체, 유통구조 개선 강조… “자급제폰 확대”

최근 소비자단체화 전문가들 사이에선 단말기와 통신서비스 소비를 분리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현재는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는 결합돼서 판매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단말기 시장과 통신서비스 시장을 분리해 소비자가 각각의 가격을 제대로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주권 측은 “통신시장의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근본적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며 “제조사들 간에 단말기 가격 경쟁으로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한기 정책실장은 “‘분리공시제’와 자급제폰 확대가 필요하다”며 “완전자급제를 하면 기존 유통망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분리공시제가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분리공시제는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의 판매지원금을 별도로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단통법’은 단말기 제조사의 지원금을 별도로 공시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현 정부는 아직 분리공시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지 않았다. 지난 정부에서 방통위는 단통법에 분리공시제 내용을 담으려고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통신업계에선 제조사 지원금이 공시되면 단말기 출고가 인하 압박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은 불법보조금을 통신요금 인하에 사용하자고 했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통신비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국내 통신요금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가의 단말기가 통신비 부담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도 “단말기 가격 때문에 통신비가 비싸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단통법’으로는 정확한 제조사 지원금을 확인할 수 없다. 소비자 측이 단말기 가격 인하를 요구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완전자급제를 언급하지만 중고폰과 저가 자급제폰 시장 확대를 통해 소비자의 구매 선택지를 늘리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고급 스마트폰의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 저가 단말기를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저가 단말기 출시 확대를 위해 제조사와 협의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중고폰 활성화 또한 지원할 계획이다. 방통위에 대해 김한기 소비자주권 정책실장은 “방통위가 통신사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며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성지가 성행하고 있다.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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