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통신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행위 등 불공정행위 조사를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 뉴시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통신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행위 등 불공정행위 조사를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정부가 통신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담합행위를 조사하고 있다. 통신3사(SKT, KT, LGU+)가 단말기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에 대해 담합하고 있다는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단통법’이 규정한 지원금 상한선을 지키기 위해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 통신업계 “가이드라인 따랐다” vs 공정위 “담합행위 조사 중”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통신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행위 등 불공정행위 조사를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독과점 폐해를 지적한 이후 통신 시장 담합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조사가 장기간 진행되는 것에 대해 한 공정위원장은 “최근 사건 난이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고 피심의자들의 방어권 보장 강화도 필요하다 보니 조사 기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가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은 유통점이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추가 지원금의 재원이 된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은 유통점이 소비자에게 단말기 지원금으로 공시지원금과 함께 공시지원금의 15% 범위 내의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추가 지원금이 ‘단통법’에서 규정한 상한선을 넘으면 불법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불법 보조금이 만연하다. 이에 방통위는 통신사가 유통점에게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이 30만원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방통위는 판매 장려금이 30만원을 초과하면 추가 지원금 상한선을 위반했다고 간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3사는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평상시에 유통점에게 판매 장려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통신3사는 특정 유통점에게 판매 장려금을 몰아주는 일이 빈번해 유통업계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불법 보조금을 과다 지원하는 ‘성지’ 매장이 통신시장 질서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방통위가 통신3사에 대한 불법 보조금 조사를 안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불법 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을 관리하려고 한다. 반면 공정위는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상황을 담합행위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는 가이드라인이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공정위 입장에서 보면 자유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한 거래가 아니다. 방통위 가이드라인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KMDA 관계자는 “기업들이 논의해서 금액을 정하면 담합이라고 바로 판단할 수 있다”며 “이 일은 방통위라는 국가기관이 포함돼 담합행위라고 판단하기 애매하다. 그러나 공정위 입장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거니까 담합행위가 된다. 통신사 입장이 난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정 시점, 특정 유통점에 80만원의 판매 장려금이 나오는 일이 있다. 그러면 해당 유통점은 소비자에게 70만원을 줘서 할인 판매를 하는 성지매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KMDA는 특정 시점, 특정 유통점에 지급되는 과도한 판매 장려금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을 따랐는데 공정위가 담합행위라고 하는 상황에 당황하고 있다. 정부 부처 간 입장이 달라 어느 정책에 맞춰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정부에서 일관된 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공정위는 5G 속도 광고에 대해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의견 차이를 보였다. 과기정통부는 통신3사에게 이론상 최고 속도를 광고에 사용해도 된다고 행정지도 했지만 공정위는 과장광고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신속하게 협력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장 공무원들은 담합행위를 조사한다는 소식을 타 부처에 전하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조사는) 특정 목적으로 조사를 개시하는 것이 아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관련 조사를 추진하겠다. 조사를 시작한 부분은 현재 진행 중이며, 면밀히 심사한 뒤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공정위와 방통위의 정책 혼선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대해 평가하기 어렵다”며 “정상적인 마케팅 행위에 대해 오해를 사고 있다면 사실관계가 명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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