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신시장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알뜰폰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다.  /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뉴시스
최근 통신시장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알뜰폰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다.  /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통신사와 망 도매대가(알뜰폰 사업자들이 통신3사의 망을 빌리는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를 협상을 해왔다. ‘도매제공의무제도’는 지난해 9월 일몰된 상태다. 3년마다 입법을 통해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1년이 지나도 연장되지 않았다. 정부는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정책으로 일몰제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당초 규제 목표가 달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정문 의원 “목표 달성해 규제 폐기돼야”

‘도매제공의무제도’는 지난 2010년 ‘전기통신사업법’에 도입된 제도다. 해당 제도는 통신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중소 사업자들이 기간통신사업자의 망을 빌려 알뜰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 제도에 따라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들을 대신해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T와 망 도매대가를 협상했다.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SKT와 협상한 결과에 따라 KT와 LG유플러스도 맞춰서 도매대가를 산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제도는 ‘2022년 9월 22일까지 효력을 가진다’라는 ‘전기통신사업법’의 부칙이 있어 연장하려면 국회 입법 과정이 필요하다. 앞서 2013년, 2016년, 2019년에 일몰기간이 연장된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활성화 정책으로 도매제공의무제도 일몰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7일 과기정통부의 규제목표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정문 의원은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도매제공의무제도 관련 ‘규제영향분석서 및 심사 관련 자료’에서 규제 강화가 필요한 근거나 정책 목표를 발견하지 못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경우 ‘규제영향분석서’를 작성하고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규제의 기한을 연장하는 것은 규제 강화에 해당된다.

이정문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 규제영향분석서의 규제목표는 “현재 알뜰폰 38개 사업자 기준으로 2019년에서 2020년에 BEP(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돼 3년간 도매제공의무제도를 추가 연장함”이라고 명시됐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사업의 안정화를 지원하고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비 경감정책의 주역으로 자리 잡도록 지원”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2019년 규제영향분석서의 규제목표는 ‘공란’ 상태다. 이정문 의원실은 정부의 규제목표가 이미 달성돼 관련 내용을 서술하지 못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정문 의원실은 2018년에서 2022년까지 중소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들의 누적 영업이익이 약 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흑자를 기록한 상태여서 정부의 규제를 지속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연내 통과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국회에 도매제공의무제도 법안이 9개가 계류돼 있다. 의원법안이 다수 있어 현재로선 연내 정부입법은 안한다고 보면 된다. 도매제공 제도 자체는 비중요 규제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정부, 명확한 목표 수립 필요… 통신업계 “자유시장경제와 맞지 않아”

과기정통부는 올해에는 도매제공의무제도 연장에 대해 정부입법을 할 계획이 없다. 이정문 의원실은 최근 정부가 규제 강화를 추진하면서 규제영향분석 심사를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정문 의원은 “규제는 순기능이 있지만 부작용이 동반된다”며 “시장 상황 및 규제 목표와 성과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거쳐 시행되는 것이 맞다. 목표가 달성됐다면 기존 규제는 폐기하는 것이 맞고,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몰을 전제하고 도입된 규제를 관성적으로 연장하는 것은 입법 취지와 배치된다. 연장이 불가피하다면 정부의 명확한 목표 수립 및 규제 집행 실적을 평가하는 절차가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도매제공 의무제도는 자유시장경제와 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업계는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알뜰폰 업계는 도매제공 의무제도로 정부가 도매대가를 대신 협상해줬기에 사업이 가능했다고 밝히고 있다. 알뜰폰 업계는 이 제도가 폐지된다면 통신사가 알뜰폰 사업자를 협상 대상으로 봐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법안 소위에서 도매제공 의무제도 내용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진전되지 못했다. 이 제도로 인해 알뜰폰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 통신 서비스를 단순 재판매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알뜰폰 사업자들의 영업이익이 높아져 도매제공의무제도를 폐지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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