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 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알뜰폰 업계가 기간통신사의 망 도매 의무제공이 기한 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도매제공의무제도가 현재 일몰된 상황이라 업계는 사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알뜰폰 업계 의견을 일부 반영해 도매제공의무제도의 일몰 기간을 연장한다는 내용의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 알뜰폰 업계 “도매제공의무제 일몰 조항 삭제해야”

4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중 통신분야는 알뜰폰을 활성화해 통신비 부담을 완화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통신분야는 △통신사의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도매제공의무제도 일몰 연장 △5G중간요금제 알뜰폰 도매제공 확대 등의 내용이다. 정부는 통신시장에서 알뜰폰 비중을 확대해 경쟁을 활성화하면서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 알뜰폰 가입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MVNO(알뜰폰) 회선은 누적 1,389만2,173개로 전체(누적 7,879만2,264 회선)에서 17.6%의 비중을 차지한다. 알뜰폰은 통신3사(SKT, KT, LGU+) 대비 저가의 통신 요금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기간통신사로부터 망을 빌려 소비자들에게 재판매한다. 쓰고 있던 단말기에 알뜰폰 유심만 바꿔 넣으면 1만원대의 월 요금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중소 사업자들이 통신설비 설치 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매제공의무제도’가 도입됐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38조는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간통신사를 도매제공의무사업자로 지정하도록 했다. SKT가 도매제공의무사업자에 해당한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일정 비율의 통신요금 수익을 통신사에게 줘야 한다. 이때 도매대가는 ‘도매제공의무제도’에 따라 정부가 기간통신사와의 협상을 대신해왔다. 규모가 작은 중소 사업자들은 통신사와의 협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제도는 ‘2022년 9월 22일까지 효력을 가진다’라는 전기통신사업법의 부칙에 따라 지난해 9월에 일몰됐다. 지난 2013년, 2016년, 2019년에 국회에서 3년씩 일몰기간을 연장했지만 지난해에는 이뤄지지 못했다.

◇ “정부 없으면 통신사와 도매대가 협상 못해”

알뜰폰 업계에선 통신사를 상대로 도매대가를 협상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통신사 대리점보다 규모가 작은 사업자가 협상력이 있겠느냐는 설명이다. 

알뜰폰 업계는 3년마다 도매제공의무제도가 일몰되는 것에 불만을 표해왔다. 이에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전기통신사업법 부칙에 있는 일몰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통신업계에선 도매제공의무를 폐지하거나 일몰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정부발표에 대해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T 측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연내 일몰 연장이 되면 다행이다. 이게 안 되면 알뜰폰 사업자들은 사업 못한다. 국회 회기 내에 도매제공의무제도가 일몰 연장이 안 되면 일이 커진다”고 밝혔다.

도매대가 협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이통사 대리점보다 규모가 작은 사업자들이 많다. 과기정통부가 대신 협상해줘서 알뜰폰 사업을 했고, 지금까지 통신사와 따로 협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신 협상한 결과 알뜰폰 사업자들은 LTE요금제는 40%대, 5G요금제는 60%대의 수익을 해당 통신사에게 도매대가로 지불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기준 MVNO 회선 가운데 1.7%가 5G를 이용하고, MVNO에서 LTE는 91%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도매대가가 높아서 5G에 진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또 통신3사의 5G서비스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는 알뜰폰 LTE 요금제를 선호하고 있다. 도매대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도매제공의무사업자를 KT와 LGU+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영식 의원실이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MVNO 사업자는 지난해 10월 기준 △SKT망 18개 △KT망 42개 △LG U+망 46개 등으로 나타난다.

다만 도매제공의무사업자를 확대하자는 의견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SKT가 정부와 협상해서 도매대가를 인하하면 KT와 LGU+도 인하했다. 다른 통신사들로 도매제공의무사업자를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7월 중으로 알뜰폰 활성화, 제4이동통신사 등의 정책을 담은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알뜰폰 업계는 도매대가 인하 정책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알뜰폰 시장 비중이 확대되는 가운데 도매대가 인하 정책까지 나오면 통신업계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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