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2024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자 더불어민주당은 ‘손피켓 시위’와 ‘무관심’으로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여야 원내대표 간 본회의장 내에서 피켓 시위와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은 만큼, 민주당은 ‘무관심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민생이 우선이다’, ‘국민을 두려워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당초 고성과 야유를 하지 않고 ‘침묵시위’를 예정했으나 이러한 방침은 무색해졌다. 민주당의 한 의원이 윤 대통령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님 여기 한번 보고 가세요”라고 소리쳤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시위하는 장면을 볼 수 있도록 경호원과 보좌진에게 비켜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을 응시하지 않고 김진표 국회의장과 악수를 나눈 뒤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사전환담장으로 이동했다.

민주당의 시위가 신사협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의회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대통령께 국민 목소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야 원내대표 간 본회의장에서 피켓을 들거나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유효하다. 다만 회의장 밖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이라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위가 열린 곳이 본회의장 밖이라 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내에서 피켓을 걸거나 고성‧야유를 하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기사를 검색했고 또 다른 의원은 핸드폰을 응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무관심은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와 퇴장할 때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하자, 몇몇 의원들은 정면만 바라보거나 마지못해 악수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1일 오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 시작에 앞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1일 오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 시작에 앞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뉴시스

일부 강성 친명계(친이재명계) 의원은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이제 그만두시라’는 말도 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정연설 후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길래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화답했다”며 “국민을 두려워하고 그만두길 권한다”고 적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은 윤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조적인 장면에 민주당 내에서는 씁쓸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명계(비이재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본회의장의 나눠진 광경이 씁쓰레하다”며 “오늘날 한국 정치의 민낯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 민주당, ‘F 학점’ ‘맹탕’ 시정연설 혹평

아울러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F 학점’, ‘맹탕 시정연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예산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R&D(연구개발) 예산 삭감과 청년 일자리 예산을 대폭 줄였다는 점, 기후 위기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예산이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예산”이라고 질타했다. 다만 홍 원내대표는 “불필요한 이념전쟁이나 야당을 자극하는 문구가 있지 않았다는 점에선 다른 때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맹탕’ 시정연설에 국정 실패에 대한 ‘반성’은 커녕 ‘국민의 절박한 삶’과 ‘위기 극복의 희망’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당면한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국민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공감과 실질적인 대안은 찾아볼 수 없는 한마디로 ‘맹탕 연설’”이었다고 직격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총론과 방향, 비전이 없는 F 학점 시정연설”이었다며 “어렵다면서도 타개책은 없고 총선용 선심성 예산은 집착(하고) R&D 예산 혼란에 사과 없이 보완하겠다고(한다)”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평가를 자제했다. 그는 ‘시정연설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변인이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이 대표는 시정연설 전 환담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민생 현장이 너무 어려우니 정부부처는 이런 점에 좀 더 신경 쓰며 정책을 집행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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