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미소를 보이고 있다.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미소를 보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향후 혁신안 중 하나로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제한’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날 한 라디오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도 진행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혁신위는 기득권 포기를 큰 방향성으로 설정하며 이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영남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 주장과 비슷한 결인 만큼 당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영남 중진 험지 출마 압박용?

인 위원장은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공무원도 구청장도 세 번 이상 못하는데 (한 지역구를) 세 번 하고 옮기든지 (하는) 굉장히 많은 아이디어들,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논의를) 안 했다”면서도 “인기있고 노련한 분이면 지역구도 바꿀 수 있다는 옵션을 주고 여러 가지를 묶어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인 위원장은 당 혁신의 방향성으로 ‘통합’에 이어 ‘희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당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는 당의 혁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인식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정치인들이 뭐를 내려놔야 국민들이 신뢰를 할 것인가 그걸 (고민)하고 있다”며 “(두 번째 혁신안은) 어떻게 정치인들이 희생을 보일 것인가, 내려놓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제한을 비롯해 불체포 특권 포기,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을 언급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언급 자체가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 당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영남 중진 의원들 험지 출마’와 흐름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인 위원장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선거의 흥행을 위해선 영남 중진 의원들이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겨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주호영 의원 등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인 위원장은 “괜찮은 스타 의원들이 있으면 어려운 곳, 서울로 오는 게 상식이 아닌가”라며 이들을 지목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가 혁신위의 정식 제안이 오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당내 일각에선 반발이 터져 나왔다.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영남권 의원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낸 게 대표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 위원장이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제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사실상 중진들의 험지 출마를 압박하는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3선 이상은 주로 영남권”이라며 “영남 쪽에 있는 다선 의원들은 수도권 험지로 올라와 당을 위해 헌신해 달라고 하는 일종의 룰을 만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영남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가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그럼에도 인 위원장이 이와 관련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데는 당의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기 모습이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영남 중진 의원들이 (수도권에) 온다고 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권자에게 소구되는 측면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저희가 말씀드리는 것은 혁신의 과정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희생을 전제로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앞서 라디오에서 수도권 출마론과 관련해 “말은 섭섭하다, 사과하라 하지만 나가야 할 길은 다 알고 있다”며 “뻔한 건데, 알고 있는데 안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실제로 혁신위가 이같은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했을 때 당 지도부가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를 여전히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주호영, 김기현이 강서구 출마하면 국민의힘을 좋게 봐주겠나”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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