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띄운 김포시 서울 편입 방안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수도권 위기론 극복을 위해 고심해 오던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을 호재로 보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띄운 김포시 서울 편입 방안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수도권 위기론 극복을 위해 고심해 오던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을 호재로 보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하는 방안을 띄웠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수도권 위기론을 확인한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당내에서는 더불어민주당도 반대하기 힘들 것이란 점에서 자신감도 역력하다. 다만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당내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새어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포 서울 편입 문제는 김포 시민들이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포의 공적 책임을 맡고 있는 분들이 서울 편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당에서 판단한 결과 김포는 서울에 편입하는 것이 지역주민들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논의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30일) 김포 한강 차량기지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언급하면서 본격 공론화됐다. 행정구역상으로만 구분돼 있을 뿐 실질적 생활권이 서울과 겹친다는 점은 주된 근거가 됐다. 국민의힘은 이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적극적인 당정 협의도 약속했다. 김포시도 이와 관련해 여론 수렴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주요 도시와 서울의 인구 대비 면적을 비교했을 때 서울의 면적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는 서울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지만 팩트는 그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러한 인식은 비단 ‘김포’만 편입 대상으로 볼 필요가 있냐는 주장으로도 이어진다. 고양·구리·하남·성남 등을 포괄한 ‘메가시티’ 구상이 당내에서 새어 나오는 까닭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주민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처리하는 것이 옳다는 원론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 자신감 넘치지만 일각선 우려도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특별법을 제정해서 발의하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윤 원내대표는 “이제 시작 단계이니 법안도 발의가 돼야 하고 정상적인 법안심사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당) 정책위원회에서 검토할 것으로 알고 있고 의원입법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편입을 위해 주민투표·지방의회 의결 등을 거쳐야 하는 절차를 배제해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현 가능성 유무는 차치하더라도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번 이슈가 제대로 먹혔다는 분위기가 다분하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수도권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고심을 이어 온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전략을 오랜 기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슈가 예전부터 계속 있었는데 주목을 못 받았다”며 “아젠다를 잘 선점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이를 반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은 국민의힘의 자신감을 더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 입장에서도 반대하긴 어렵다”라며 “민주당의 오래된 당론이 메가시티 활성화”라고 했다. 하 의원은 “부울경 메가시티를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왔다”며 “부울경 메가시티에 깔린 담론에는 메가시티가 트렌드(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당내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기류도 존재한다. 수혜 지역에는 분명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지만, 이외 지역의 박탈감이 오히려 민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편입 논의의 주체가 된 서울시의 여론도 문제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서울특별시 자치구 사이에서 일부 지방세 수입 재분배 공유의 결과에 변화가 발생해 기존 서울 자치구 안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다시 말해 서울시 내 특정 구가 피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김포시 편입 공론화가 ‘졸속’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경기도지사를 어떻게 설득하겠다 혹은 국회와 야당을 어떻게 설득하겠다 이런 게 없다”며 “‘절차고 뭐고 다 필요 업고 그냥 밀고 가’ 이게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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